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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제이 Oct 28. 2024

하루 한편 에세이

<엄마의 반찬>

엄마는 우리 집에서 걸으면 7~8분 거리에 살고 계신다.

엄마는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은 나를 부른다.

특별한 일 아니고는 오후 5시 혹은 6시쯤.

오전에는 내가 다른 볼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배려 덕분에 거의 전화를 하지 않으신다.

저녁 6시가 넘은 시각, 주말 내내 엄마와 통화를 하지 않고 지냈더니 마음이 좀 불편해져 있었는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나? 집이지."

"엄마 무생채 했어. 와서 가져가."

"무생채?"

"어, 아까 시장에서 무 하나 사서 했지."

"어, 좀 있다가 갈게."

전화를 끊고, 귀차니즘으로 30분 정도 뭉그적거리다 엄마의 집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가다가 편의점에 들렀다. 무생채 값을 하려면 엄마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가야 했으므로.

요즘 엄마의 심심풀이 간식은 하드다. 편의점에 들어가 팥이 들어간 적갈색의 비**, 얇은 갈색 옷을 입은 누**, 초록색 네모난 메** 등을 골라 계산하고, 녹지 않도록 보냉백에 넣어 다시 엄마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나를 보면 엄마의 첫마디는 이거다.

"오늘 안 오나 했다."

그럼 나는 보냉백을 열어 보이며

"편의점에서 엄마 하드 사 오느라 그랬지."

엄마는 보냉백을 받아 들고 냉동실 문을 연다.

"아이고, 이 정도면 겨울 내내 먹겠네."

그리고 내가 사 온 하드를 냉동실에 차곡차곡 채워놓으셨다.

빈 보냉백에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무생채를 다시 담아서 나는 집으로 온다.

텅 빈 우리 집 냉장고에 엄마의 반찬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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