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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제이 Nov 04. 2024

하루 한편 에세이

<짧다. 가을>

요즘, 짧디 짧은 가을을 즐기기 위해 여행 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떠나지 않아도 내가 사는 이곳 서울은 지천으로 알록달록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성북동으로 답사를 갔다.

성북동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문학 작가들이 머물렀던 지역이다. 그래서 곳곳에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물론, 어떤 곳은 카페로, 어떤 곳은 음식점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성북동은 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2시간여 답사길에 만난 짧은 가을.

짧은 가을을 마음껏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던 지난 주말이었지만, 오전에서 오후로 갈수록 더워졌다.


     성북동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삼선교 

     돈암교를 거쳐 우리 동네 앞을 흐르던 

     개천을 우리는 그때 안 감내라고 불렀다.

     안 감내는 수량이 풍부하고 맑아서

     동네사람들은 큰 빨래만 생기면 그리로

     들고나갔다. 개천과 나란히 난 천변길은

     인도와 차도가 따로 있을 정도로 너른

     한길이고 개천 쪽으로는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어 차가 많지 않은 당시에는

     타 동네 사람들까지 일부러 산책을 올

     정도로 한적하고 낭만적인 길이었다.

           <박완서, [그 남자네 집], 현대문학, 2004>


인생을 살면서 곱씹게 되는 문장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다 보니, 다람쥐 쳇바퀴 같았던 내 생활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늘도 지나가면 과거가 되지만, 나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오늘은 그저 그런 과거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말은 나에게 소중한 과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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