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프리랜서 역사문화체험 강사다. 주로 초, 중, 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인솔해 역사 유적지를 찾아가 역사와 유적지, 유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현장수업과, 학교 내에서 주제가 있는 역사를 가르치는 실내 수업을 한다.
다양한 학교를 찾아가다 보니 꼭 필요한 앱이 있다. 바로 길 찾기 앱. 학교들은 큰 길가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택가 사이에 있거나, 언덕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10분 정도는 걸어야 하는데, 이 앱만 있으면 걱정 없이 학교를 찾을 수 있다. GPS를 켜고 앱을 열어 도착 장소를 지정하면 지도에 파란 선과 파란 점이 깜박인다. 파란 선은 내가 가야 할 길이고 파란 점은 현재의 내 위치다. 나는 파란 점이 파란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휴대폰과 주변을 번갈아 둘러보며 걷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학교가 눈앞에 보인다.
길치인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길 찾기 앱. 목적지를 설정하면 대중교통이든 걷기든 최적의 길을 찾아주는데, 삶에 그런 앱이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나는 딱히 선택장애가 있지 않다. 그저 내가 고른 길은 최선을 다해 걷고, 고르지 않은 길에 미련을 갖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길을 골랐더라면 어땠을까 미련이 생긴다. 24년 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25년 전 시나리오 수업을 들으며 좀 더 열정적으로 글쓰기에 몰입했더라면 하는 미련.
글 쓰는 일은 남이 보면 집에서 노는 백수, 능력 없는 가정주부일 뿐이다. 결혼 25년 차 정도 되면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서로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집안 살림도 공평하게 나눠하고, 공동소유 주택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프리랜서로 불규칙한 수입에 일이 없으면 한 푼도 못 버는 불안정한 생활이라 경제독립은 멀리 있고, 꿈을 이루겠다고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다.
'이거 맞아? 맞게 가고 있는 거야?'
이렇게 매일을 고민하다 보니 인생의 길 찾기 앱이 있었다면, 그래서 나에게 좀 더 최적의 길을 알려주었다면 나는 고민을 덜 했을 것 같다.
"야! 그런 거 고민할 시간에 글을 더 써!"
내가 나에게 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