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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Dec 03. 2023

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사는 아내

내 남편은 나르시시스트


 나는 6년 전 나르시시스트와 결혼을 했다.


소개팅으로 만나 3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했으니 시작부터 나르시시스트 배우자와 사는 기혼자들은 공감이 되지 않는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연애할 때는 한 없이 조심스럽고 다정하던 남자가 결혼을 하고 달라졌다. 신혼여행부터 괴로운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남편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저 예민하고 욱하는 성격이라 생각했다. 근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늘 남편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게 되었다. 오늘 하루도 그 폭탄이 터지지 않고 지나가길 바라며.. 마치 갑을 관계 같은 불행한 결혼생활이 이어졌다.

 

 



모든 일은 “네 탓!”


 첫째를 출산하고 남편은 육아에 관심이 없었다. 힘들어서 도움을 요청하면 늘 돌아오는 말은


“남들은 둘셋도 키운다.”

“내가 밖에서 놀다 왔냐? 돈 벌어 오느라 힘들다.”

“공주냐? 유난스럽다.”


그렇게 3개월의 출산 휴가와 12개월의 육아 휴직 기간이 지나갔고, 난 회사에 복귀를 했다. 퇴근 시간이 늦어 남편이 육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남편은 혼자 집에서 15개월 된 아기를 볼 때면 회사에서 근무 중인 나에게 전화를 걸어 너 때문이라며 화를 퍼붓곤 했다.


“야, 너 때문에 아기가 스티커를 먹었잖아. 내가 스티커 위험하니까 버리랬지? “

“야, 너 때문에 아기가 의자에서 떨어졌잖아. 내가 이 의자 여기 놓지 말랬지?”


모든 게 내 탓이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무조건 내 탓. 참 힘든 겨울이었다.




남의 시선이 제일 중요해 (난 우월한 사람)


 남편은 인상이 참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 좋아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외모를 가꾸는데 관심이 많아 동안이라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그리고 누군가와 얘기할 때 특징이

“내 친구 중에 변호사가 몇 명 있는데..”

“내가 나온 고등학교에 국회의원 하는 분들이..”

“내 주변에도 뭐 크게 사업하는 친구도 있지만 “

식의 본인이 아닌 스펙 좋은 사람들 얘기로 우쭐대며 본인의 이미지를 높이려 한다.


 대출 연체로 빚에 허덕이며 골머리 앓으면서 ‘난 이런 부동산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본인을 포장하는 데 사용한다. (나도 빚더미 건물 사실을 작년에 알았다)


 본인의 방, 옷장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고 옷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씻지 않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자면서도 “내가 좀 깔끔하잖아.”라고 뻔뻔하게 본인의 입으로 계속 내뱉으며 세뇌시키는 듯 거짓된 깔끔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니 참 신기하지 않은가?



거짓말이 일상

들켜도 “어쩌라고?” + 또 다른 거짓말


 남편과 나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소개팅 자리에서 남편은 내 형제관계를 물었고, 본인의 형제관계도 얘기해 주었다.


우리 집에 인사 오는 당일, 낮에 뜬금없이 잠깐 볼 수 있냐며 연락이 왔다. 남편은 사실 여자 형제가 더 있다며 형제관계를 속였다고 실토했다. 우리 부모님께서 형제관계를 물으실 테니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미리 나에게 솔직히 얘기를 하는 거였다. 너무 놀랍고 황당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남편은 진짜 미안하다며 공주같이 모시며 살겠다며 계속 용서를 구했고, 나는 이를 받아들였다. 사실, 인사를 드리기로 다 약속한 상황에 취소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러한 심리를 예상해 일부러 이 시점에 사실을 고백했겠지.


결혼하고 한 달 후쯤, 남편에게 5천만 원의 빚이 더 있음을 알게 됐다. 분명 결혼 전엔 절대 없다던 빚이 나타난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따졌다.


“왜 말 안 했어? 다른 대출 없다며!”


근데, 남편은 또 다른 거짓말로 뻔뻔함을 넘어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물론 그 당시엔 그 말이 거짓말인 줄 몰랐다)


“내가 왜 말해야 돼? 이거 우리 엄마가 갚아 줄 거야!”


이 대출은 결혼 6년 넘게 단 한 번도 시어머니가 내 준 적이 없다. 시어머니는 이 대출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을 것 같다. 매달 우리가 갚고 있다.


한참이 지나 시어머니께서 이 대출을 갚아 주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남편이 결혼 전 건물 하나를 샀는데, 그때 부모님께서 보태주신 자금이 많아서 갚아 달라 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진실일까?


당연히 거. 짓. 말.



돈에 예민한 남편


 신혼 초, 돈 관리로 실랑이가 벌어졌다.

 처음에는 내가 남편 통장을 관리하고 남편에게 용돈을 주는 방식이었는데, 남편은 이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 돈으로 늘 시비를 걸어오니 돈 관리 방법을 바꾸자고 했고, 한 달 생활비를 정해 반반 내기로 했다.


 처음에 생활비를 내가 관리했는데, 부족한 부분은 최대한 내 통장에서 부담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본인이 부담한 생활비가 깨끗하게 잘 사용되고 있을지 불안하고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가계부 써서 보여줘! 이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날 의심하는 거야? 알았어!


 나는 매달 가계부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남편 메일로 보내주었다. 근데 남편은 여전히 황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어디다 쓰이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가계부 보내주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남편의 들들 볶음에 생활비 관리를 남편에게 넘겼다. 3개월 후,


“생활비 관리 다시 자기가 할래? 해보니까 생활비가 더 들어갈 때도 많고, 달라고 하기도 그래서 내 돈으로 내는 일도 많고... 자기가 더 잘하니까.”


 나는 처음에 거절했지만, 남편의 계속된 부탁(?)에 허락하고 내가 다시 관리를 시작했다. 이후 어땠을까?


“어디가 쓰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정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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