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일렁이는 황금빛 들녘 걷노라면
소슬바람 살며시 귓불에 스친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쓸어 올리며
가던 길 멈추고 지난 일을 떠 올린다.
짙은 어둠으로 앞이 보이지 않던 시절
어눌한 몸짓으로 외치던 한 목소리
배고픔 이기는 것보다 자유가
우선이라 할 때도 가을 햇살은
지금처럼 따스했다.
새벽 먼동이 틀 때까지
마시고 울분을 토하며
무엇을 애타게 찾은 젊음의 몸짓
머물다 가버린 흩어진 목소리들
가을 햇살 듬뿍 담아 마음이 따뜻했다.
한적한 여유로움 있어
산길 걷다가 알밤 떨어지는 소리
주위를 두리번거려 찾아봐도
보이는 건 쓸쓸한 외톨이 밤송이
그곳도 가을 햇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