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일식 과학 유람기 #8 - 스미소니언 국립 항공우주박물관-1
2024년 4월 7일이 밝았습니다.
전날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박물관을 봤고 오늘 다시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항공우주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을 관람 후 펜실베니아주 코닝으로 이동하여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개기일식 관측을 할 예정입니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전시되어 있는 우드바-헤이지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이 거대하고 다양한 비행기의 전시가 더 큰 부분이었다면 본관 격인 이곳은 면적은 조금 더 좁지만 라이트형제의 첫 비행기부터 아폴로 계획을 포함한 우주탐사에 대한 더 다양한 전시가 가득합니다.
항공우주박물관을 보러 가기 전 전날 마라톤 대회로 인해 교통이 통제되면서 보지 못했던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아주 잠깐 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영화와 TV에서 너무 많이 봐서인지 백악관이 신기하지는 않았고 자꾸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의 습격을 받던 장면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TV에서 많이 보던 곳은 남쪽 정문이고 그쪽은 개방이 안되어 후문 쪽인 북쪽을 그것도 울타리 사이로 봤습니다.
국회의사당 역시 멋지다는 느낌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저 계단과 벽을 올라가서 습격하던 장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뒤로 돌면 워싱턴 모뉴먼트가 보이고 그 앞에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포레스트 검프가 첨벙거리며 뛰어가던 호수(?)가 있습니다.
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모든 공공기관엔 성조기와 함께 검은 깃발이 걸려 있는데 아직도 찾고 있는 미국인 실종자가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지만 워싱턴 D.C는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도시계획이 되어 있습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지도에서 이야기했지만 국회의사당과 워싱턴 모뉴먼트가 마주 보고 있고 그 사이에 길게 양쪽으로 늘어선 길을 National Mall이라 하는데 백악관은 그 옆에 비껴서 있습니다. 링컨 기념관의 링컨상 역시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간은 짧았지만 그래도 기념사진은 찍고 가야겠죠?
이번 여행에서 꼭 보고 싶던 것 중 하나가 아폴로 11호 귀환선과 라이트 형제가 첫 동력비행에 성공한 Flyer 1호기의 실물이었습니다.
역사적인 실제 기체들을 만나기 위해 박물관에 입장했습니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철사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것 같은 것이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을 만든 고다드의 'Hoopskirt'라는 로켓입니다. 로켓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아래 흑백사진을 보셨을 겁니다.
최초의 발사는 1926년에 있었는데 여기 전시된 로켓은 1928년에 제작한 로켓입니다.
로켓의 추진연료는 크게 액체와 고체로 나뉘는데 액체연료는 발사 전에 연료와 산화제(점화가 될 수 있도록 산화작용을 하기 위한 산소 등을 말합니다)를 주입하고 발사합니다. 로켓을 이동시키고 세운 뒤 연료를 채우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지만 추력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우주 발사체에 사용하지요.
고체연료는 연료와 산화제 모두 고체로 되어 있어서 평상시 채워두고 언제라도 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무기인 탄도 미사일 등에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이 둘을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도 있습니다.
이렇듯 고다드는 액체연료 로켓을 개발했기에 현대 로켓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정말 중요한 전시물인데 작고 초라해 보여서인지 대부분 지나쳐서 안타까웠습니다.
큰 비행기는 없어도 다양한 시기의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공기역학적으로 비행기가 뜨는 원리를 설명해 주는 곳도 있었고 4월 8일 있을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한 일식안경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는 등 교육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원래 자전거를 만들고 판매하던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만들기로 합니다.
먼저 1900년에 무동력 글라이더를 만들었고, 불과 3년 뒤인 1903년에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인 Flyer 호를 만들어 비행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1909년이면 역시 세계 최초의 군용기를 제작합니다.
글라이더를 만든 지 불과 10년도 안되어 벌써 군용기까지 제작할 정도로 엄청난 발전 속도가 놀라웠습니다.
놀랍게도 1911년에 처음으로 배 위에서 이착륙을 성공시킵니다. 현대 항공모함의 시초죠.
미국이 다른 모든 분야보다 항공우주산업을 시작하고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바로 여기 라이트 형제 전시공간에 담겨 있습니다.
이소연 박사에 따르면 North Carolina의 바닷가 언덕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는데 그곳 박물관에 좋은 자료가 많다고 한번 가보라고 하네요^^ (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
North Carolina의 차량 번호판에는 ‘First in Flight’라고 쓰여있고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라이트 형제는 오하이오주 사람인데 비행할 곳을 물색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자랑스럽게 기념하고 있다고 하네요.
나중에 후기에 한번 더 쓰려 하지만 미국은 참 작은 것 하나도 뭔가 연관된 것이면 기념하는데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 이전에도 사람들은 하늘을 날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처럼 날개를 달고 새처럼 날고자 했습니다.
루이 16세 때 몽골피에 형제들이 열기구를 띄운 뒤 주로 열기구를 이용했지만 기계식 날개를 이용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릴리엔탈의 글라이더까지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903년에 라이트형제가 동력 비행기를 개발했지만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수소를 채운 기구를 통한 상업비행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1910년에 제펠린이 독일 함부르크와 미국을 오가는 대서양 횡단 비행이 가능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1,588회의 상업비행을 통해 34,028명을 실어 날랐다고 합니다.
1934년 그 유명한 힌덴부르크호의 폭발사고 이후 사실상 기구 비행은 중단됩니다.
전설적인 락 그룹 레드 제플린이 제펠린에서 이름을 따왔고 힌덴부르크호 참사 사진을 데뷔앨범 재킷에 사용했습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 아폴로 11호 등 우주탐사 전시물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