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일식 과학 유람기 #9 - 스미소니언 국립 항공우주박물관-2
항공우주박물관의 내용이 너무 길어 1편은 라이트형제 등 초창기 비행기의 발명과 발전에 대해서 소개했고 2편은 드디어 우주로 나갑니다.
1970년대 말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제 또래 남자아이들 상당수가 지금과는 달리 과학자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TV에서 아폴로 박사로 불리던 조경철 박사님이 우주탐사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을 종종 갔는데 1층에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진짜 달에 다녀온 착륙선을 전시해 놓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달에 가면 몸무게가 1/6로 줄어든가든가 달의 암석 샘플 등을 보면서 우주에 대한 상상력과 과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도탄' 개발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철이 들고 나서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당시 분위기가 그만큼 과학발전을 강조하던 시기였기 때문일 겁니다.
유일하게 사람을 달에 보낸 미국의 우주탐사 역사를 아주 작은 것까지 모아서 기념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조용히 뽐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각종 우주탐사 관련한 실물 외에도 영상을 통해 태양계와 달, 화성, 금성 등의 표면 영상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최초로 달에 다녀온 아폴로 11호의 발자취를 영접하게 되어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이곳 항공우주박물관도 다양한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크고 인상적인 비행기는 없습니다. 대신 미국의 우주탐사에 대한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역시 미국의 자부심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태양계 행성들이 허공에 크기 비율에 맞춰 매달려 있습니다.
지금은 행성에서 퇴출된 명왕성이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시 미국인이 유일하게 발견한 행성이 명왕성이라 그런 걸까요? 참고로 뉴욕 자연사박물관에는 명왕성 모형이 없습니다. 이야기는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같이 출발한 천문학자 이강환 박사님(일명 K박사)과 미국 현지에서 합류한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이 2파트로 나뉘어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우주탐사는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유리 가가린의 첫 유인 우주비행 등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1959년 머큐리 계획을 시작으로 1960년대 제미니와 아폴로 계획으로 이어져 1969년에 인류 역사상 최초의 달 착륙을 이뤄냅니다. 이후에도 아폴로 17호까지 12명의 우주인들이 달을 밟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폴로 1호가 테스트 비행 중 폭발했고 아폴로 13호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기적적으로 생환에 성공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아폴로 이전에 최초의 유인 우주선 계획 중 머큐리 7호의 귀환 사령선과 앨런 B. 쉐퍼드 선장의 우주복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쉐퍼드 선장은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다녀왔습니다. 애플TV+에 있는 드라마 'For All Mankind'의 주인공이 바로 쉐퍼드 선장입니다. 소련이 먼저 달에 다녀왔다는 대체 역사물이지만 실제 우주 경쟁 과정을 잘 묘사해서 추천합니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아폴로 11호 지구 귀환선 실물입니다.
아폴로 11호에서 길이 100m가 넘는 새턴 V 로켓 끝에 있는 이 작은 원뿔인 사령선(Command Module)만이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달에 착륙한 것도 대단하지만 저 조그만 원뿔형 캡슐에 3명의 우주인이 타고 대기와의 마찰로 외부가 불타오르는 가운데 바다에 빠지는 귀환을 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직접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 선장과 버즈 올드린은 기억해도 홀로 달 궤도 사령선에 남아있던 마이클 콜린스가 소외되지 않도록 The Lonleist Man이라고 소개하면서 그의 선내 활동복과 손목시계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간이 달에 다녀온 것이 미국 정부의 음모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 질문에 대해 버즈 올드린은 '내가 곧 증거다'라고 짧게 답했다고 하지요. 수많은 증거가 있는데 그중 잘 안 알려진 증거가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설치한 5개의 반사경입니다. 그중 한 개와 동일한 샘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배율 좋은 망원경으로 보면 보이고 이 반사경에 빛을 쏴서 돌아오는 시간을 재면 지구와 달의 거리를 잴 수 있습니다. 빛이 반사되어 지구로 되돌아오는 시간은 1.28초로 지구와 달의 거리는 384,400km로 계산됩니다. 이 거리는 매년 3.8cm씩 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달의 중력 때문에 발생하는 조석력 때문이라고 하고 15억 년이 지나면 달은 목성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 공전 궤도를 이탈한다고 합니다.
밤하늘에 가장 크고 밝은 천체인 달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찍은 세계 최초로 지구와 달이 한 앵글에 찍힌 사진을 보면 상당히 멉니다. 15억 년 밖에 안 남았네요. 미리 안녕~~
아폴로 계획에 사용했던 새턴 V 로켓에는 F-1이라는 로켓엔진을 사용했습니다. 단일 엔진으로는 아직도 인류가 만들었던 로켓 엔진 중 가장 큰 추력(약 3,0000톤)을 내는 어마어마한 엔진입니다. F-1 엔진의 시험모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화성을 가기 위해 스페이스 X가 사용하는 랩터 엔진의 추력은 겨우 85톤으로 대신 많은 엔진을 모아서 발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 시절에는 가성비라는 단어는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중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바다 밑에 있던 아폴로 11호의 F-1 엔진의 잔해를 수거해 박물관에 기증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 부자들의 이런 정신은 참 존경스럽습니다.
우리는 케네디 대통령이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한 사실은 잘 알아도 그 뒤에서 큰 공헌을 했던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그중 한 명이 인종차별과 남녀차별이란 개념조차. 희박하던 시절 여성 컴퓨터(계산원이라는 직업명이었는데 지금 컴퓨터의 어원이 됐습니다)들도 있었습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 나왔던 흑인 여성 과학자 중 궤도 계산에서 큰 공헌을 하고 심지어 처음 도입된 IBM 컴퓨터의 오류를 잡아내기도 했던 캐서린 존슨의 업적도 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알쓸별잡에서도 소개됐지만 아폴로 우주복을 만들었던 재단사들의 이야기와 재봉틀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주복, 선외 활동복은 공기가 절대 새면 안 되기도 하지만 내부에 공기순환장치, 체온조절장치, 체액을 순환시키는 장치 등 엄청난 기계장치들을 갖추고 있어서 무겁기 때문에 혼자서는 입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주인들의 움직임에 불편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재단사들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직도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다고 우기는 음모론자의 주장 중 하나는 왜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더 이상 달에 가지 않냐고 하는데 70년대에 너무 많은 돈이 드는 달 탐사를 해도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달을 넘어 태양계 전역으로 탐사의 영역을 넓혀 갑니다.
화성 탐사선도 보냈고 그 유명한 보이저 1,2호가 발사됩니다. 어릴 적 과학자가 되고 싶도록 저에게 큰 영향을 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박사는 보이저호에 지구와 인류에 대한 정보를 실어서 보냅니다. 먼 훗날 칼 세이건 박사는 외계와 첫 소통을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과학자로 기억될까요 아니면 삼체의 예원제처럼 외계인이라는 재앙을 몰고 온 과학자로 기억될까요? 적어도 제가 살아있을 동안은 위대한 과학자로 기억할 겁니다.
태양계 행성을 탐사하는 것을 넘어 현재는 아주 작은 혜성과 소행성의 성분을 직접 가져오는 단계까지 발전했습니다. 수년 내 스페이스 X의 스타쉽이 화성에 다녀온다면 전시물이 추가되겠죠?
관람을 마치고 이동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플래니타리움 관람을 했습니다. 2가지 영상으로 Dark Universe와 Big Bang이 있는데 10분 후 볼 수 있는 Dark Universe를 택했습니다. 박물관을 도느라 피곤한 몸도 쉬고 돔 천장 가득하게 펼쳐지는 밤하늘과 우주의 모습에 힐링도 됐습니다.
영어는 짧아도 과학용어를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 또렷한 발음의 영어로 설명해 주는 닐 타이슨 박사의 중저음 목소리도 듣기 좋았습니다. 아예 못 알아들어도 휴식 차원에서 볼만합니다. 가운데에서 봤는데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려면 좀 뒤쪽이 좋겠더군요.
입장료는 $9였습니다.
우리는 관심이 적지만 미국사회에서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는 SF 오페라 장르의 양대 산맥입니다.
입구 가까이에는 스타트렉의 유명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도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스타워즈의 공화국군의 주력기인 X-Wing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층 로비엔 실제 사용했던 우주복의 일부를 만져보고 장갑도 껴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니 벽에 우주선에서 배설물 처리 시스템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있었습니다. 우주는 무중력 공간이라 배설물이 허공으로 날리지 않도록 진공청소기 같은 걸로 빨아들입니다. 화장실에 딱 맞는 전시죠.
박물관 구경의 끝은 기념품점이죠.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박물관에서 나사 로켓과학자라고 쓰여있는 티셔츠와 스미소니언 박물관 후드티 등을 구입했는데 다양한 기념품이 많았지만 우주인 아이스크림만 구매했습니다.
우주에 아이스크림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사실 우리나라 '아시나요'나 '빵또아' 같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동결건조시킨 겁니다. 수분이 없으니 녹지도 않고 상온에서 판매합니다.
이소연 박사에게 보여줬더니 이거 우주로 간 적 없다고, 우주인들이 먹어보고 맛없어서 절대 안 가져갔다고 하더군요^^
인터넷에서 먹어본 후기를 보면 수분이 없어서 분유 굳혀놓은 걸 먹는 기분이다, 엄청 목이 멘다 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먹어보니 식감은 좀 비슷했는데 생각보다 목이 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맛은 우주인이 거부했다는데 절대 동의합니다^^
역시 블루베리 등을 동결건조한 제품도 있었는데 모두 시제품 단계에 그치고 지금은 기념품으로 절찬 판매 중입니다.
이제 4월 8일 있을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버팔로로 이동합니다.
정확히는 버팔로로 가기 전 코닝(Corning)이라는 도시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버팔로에 있는 개기일식 관측장소로 향할 예정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