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복싱의 성별 논란에 대해
2024 파리 올림픽이 개막하고 일주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당초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 관심 없을 거라는 분위기였는데 역시나 올림픽은 올림픽입니다.
한국 선수들의 예상 밖(?) 초반 메달 획득과 연일 감동의 드라마들이 나오며 관심이 치솟고 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여러 가지 논란도 많습니다.
사상 최초로 파리 전역과 센강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는 저에겐 꽤나 멋지고 신선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잘못 호명했다라든가 프랑스 특유의 풍자나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듯한 연출이 꽤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나 봅니다.
전 실수에 대해서 고의라고 생각은 안 하고 정치도 아니고 체육대회(?)인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 있나 합니다.
나머지 풍자나 상징들은 프랑스 다웠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고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매우 많았거든요.
오히려 중계하면서 방송사 캐스터들이 이런 점들을 공부하고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웠어요.
전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프랑스 다웠고(?) 흥미로운 개막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진짜 논란은 알제리 여성(?) 복서 이마네 칼리프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2023년에 올림픽 예선을 겸한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서 이겼음에도 세계권투협회(IBA)가 XY 염색체를 가졌다고 하여 실격시켰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IOC는 여권상 여성인 칼리프를 염색체만으로 실격시킬 수는 없다고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습니다.
대만의 린위팅 선수도 같은 케이스 기는 하지만 칼리프 선수가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조금 정치적인 것 같은데 뒤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오늘(한국시간 2024. 8. 4) 보니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군요.
전 IOC와 IBA의 판단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할 생각은 없고 이 선수를 다룬 기사가 팩트를 전달하는 듯하면서도 빼먹은 부분도 있어서 좀 찾아보니 이런 이야기가 있었네요.
특정한 의도가 담긴 것일 수도 있는 단편적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고 판단을 하려면 다양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언론이나 SNS에 도는 이야기와 달리 트랜스 젠더가 아닙니다. 인터섹스라고 합니다.
인터섹스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간성(間性) 또는 중성이라고 한답니다.
트랜스젠더는 본인의 생물학적 성(Sex)과 스스로 인식하는 사회적 성(Gender) 사이의 불일치로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말합니다.(수술을 하든 안하든요)
인터섹스는 이와 달리 생물학적인 성(Sex)을 결정하는 성 염색체가 XX, XY가 아니라 X나 Y가 하나 더 있기도 하고 겉으로는 여성으로 보이나 남성의 XY 염색체를 가진 채 몸속에 고환이 들어가 있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생물학적 성 자체가 모호하게 태어난 겁니다.
UN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간성(인터섹스)의 비율은 약 0.05~1.7% 정도로, 생각보다 흔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치면 0.05%면 25,000명이나 되니까요.
칼리프는 여성의 외성기를 가진채 태어나 여성으로 출생 신고를 하고 내내 여성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남성적인 외모가 드러났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고환이 몸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외부에는 여성성기처럼 보이는 ‘인터섹스’였다고 합니다.
성기 외형이 여성이니 당연히 여성이라 생각하고 자라왔는데 사실 XY 염색체를 가진걸 나중에 안거죠.
이 경우 칼리프의 사회적 성(Gender)은 여성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종종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와서 사극영화로도 나왔던 사방지가 그런 케이스라고 합니다.
(아래 링크 참조)
여성스러운 남성도 있고 남성스러운 여성도 있습니다.
갑자기 넌 외모가 의심스러운데 염색체 검사해서 반대 성으로 살아 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https://namu.wiki/w/대한민국의%20인터섹스
https://amnesty.or.kr/campaign/intersex/
IBA에서 실격처리 하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데 IOC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강경한게 아니라 철저히 원칙에 따른 대응을 한 겁니다.
올림픽은 IOC가 개최하지만 각 종목별 주관은 해당 종목 국제연맹(혹은 협회)이 주관합니다.
그런데 IOC와 해당 연맹의 규정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당연히 IOC의 룰을 따릅니다.
축구가 23세 이하 출전에 와일드카드 2명을 출전시킨다든가, 체조 개인전에서 어떤 나라가 아무리 잘해도 종목별로 2명만 본선에 나갈 수 있다든가의 룰이 있죠.
IOC는 선수의 성별을 여권에 표시된 성별로 나눕니다.
국제복싱협회 IBA가 작년 세계복싱 선수권대회에서 결승전을 앞두고 XY 염색체가 있다고 실격시킨 건 원래 IBA 규정에도 없었는데 CEO(회장이 아니고 왜 CEO일까요?)가 독단적으로 실격시켰다는 입장입니다.
IOC는 "웹사이트에 공개된 IBA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결정은 IBA 사무총장과 최고경영자(CEO)가 단독으로 내린 것"이라며 "IBA 이사회는 한참 뒤에 이를 승인했고, 향후 유사 사례에서 따라야 할 절차를 수립해 IBA 규정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너네가 이 선수를 출전금지 시키려면 규정이나 제대로 만들고 금지시켰어야지 회장 맘대로 하면 안 됨' 이게 IOC 입장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전 남아공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 선수도 비슷한 케이스였습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였습니다.
당시 수염도 나고 남성적인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세메냐에 대해 트랜스 젠더 아니냐는 등 논란이 있었습니다.
세메냐가 일반 여성들보다 테스토스테론이 3배 이상 더 나왔다고 합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5 알파-환원효소 결핍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에게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바꾸는 5 알파-환원효소(5α-reductase)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국제육상연맹(IAAF)은 나중에 규정을 손봐서 대회 출전 6개월 전부터 호르몬 치료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일정 수치 이하로 낮춘 뒤 출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https://namu.wiki/w/5알파-환원효소%20결핍증?from=5알파환원효소결핍증
IOC는 IAAF의 규정을 문제 삼지는 않았습니다.
IBA의 경우 이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므로 IOC 규정에 의해 출전을 금지시킬 근거가 없다고 한 겁니다.
우마르 크레믈레프(Umar Kremlev) IBA CEO는 러시아 출신으로 푸틴의 친구라는 썰이 있답니다.
이 사람이 CEO를 맡은 이후 IBA는 편파판정, 승부조작, 재정난으로 징계를 받아 IOC에서 사실상 퇴출돼서 올림픽은 IOC가 설립한 임시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이 관장하고 있습니다.
칼리프 선수가 준결승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나라와 선수들이 공교롭게도 이른바 극우파가 집권한 나라들입니다.
먼저 16강 상대였던 선수의 나라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히틀러를 지지한다고 해서 논란이 된 인물이죠.
8강 상대였던 헝가리의 언너 루처 허모니 선수는 경기를 앞두고 괴물과 상대하는 그림을 올렸습니다. 물론 많은 비난을 받고 지웠습니다만.
헝가리 복싱협회도 칼리프에 대해 비난을 했다고 합니다.
헝가리의 우르반 빅토르 총리는 EU와 NATO 가입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친러시아 정권으로 EU와 NATO의 골칫거리입니다.
절대 좌파국가라고 할 수 없는 이슬람 국가 선수들은 같은 이슬람권이라 그런지 몰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참고로 이태리, 헝가리 선수 모두 경기 후에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태도를 사과했습니다.
정작 열받고 목소리를 계속 내는 건 유럽의 극우파 정치인들과 이런 것들을 받아쓰고 있는 한국언론을 보고 댓글을 쓰는 한국인들 아닌가 싶습니다. (당사국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치는데 우리나라는 왜?)
대만의 린위팅 선수도 유사한 경우지만 유럽의 관심에서 떨어져 있고 극우파가 집권한 나라의 선수와 맞붙지 않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심의 차별(?) 정도만 봐도 이번 일이 정치적 이유로 부풀려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 칼리프 선수는 트랜스 젠더가 아니라 남성 성기를 몸속에 갖고 태어난 ‘인터섹스’로 여성으로 살아왔다.
2) IOC는 규정대로 했고 IBA는 규정에도 없는 일을 회장 독단으로 했다.
3) 유럽의 극우파 정치인들이 이 일을 정치적인 이슈화하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이 강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