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아주 어렸을 때
줄이 달린 긴 배꼽을 둘둘 말고
보았던 수족관이 있었다
공기방울을 연신 뿜어내는 유리벽 너머
말갛게 씻긴 모래와 수초 사이
하얗고 빨간 얼룩빼기
몽글몽글한 구슬의 관을 얹고
하늘하늘 춤을 추는 물고기
어린 날이 들어있는 낮잠 같은 그날
마당가 한켠
주둥이 내민 뽐뿌
무슨 꿍꿍인지
마침내 물 한 방울 내뱉지 않고
부뚜막에 설설 끓는 양은솥
샘물보다 따스했다
어린 날만 아니었다면
어리더라도 홀로가 아니었다면
그보다 더 어릴지라도
그날따라 회색빛 구름이 낮게 흐르지 않았더라면
앞니 빠진 누이는 놀리며 웃지 않고
엄마는 한숨짓지 않고
나의 거대한 힘은 깨끗해서
어른처럼 물을 갈아주고
물고기 들은 배를 뒤집지 않아서
밤늦도록 이불속에서 울지 않았을 텐데
내가 아주 어려 낮잠 같은 오늘
생사와 선악을
배꼽에 둘둘 말고
여전한 창밖
시커멓고 깊숙한 웅덩이
눈 맞추려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