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모습이 거미줄에 걸린 파리 목숨 같거나 파리 같은 것이 걸려들기를 바라고 있는 거미라는 생각이 드는 적에
주섬주섬 옷가지를 가방에 넣고 트럭 짐칸에 이삿짐을 옮겨 싣고서 무작정 어느 바다 인가로 나는 떠나자
산다는 것은 습관 아니면 경험, 무의미한 행동들이 꼭대기까지 들어차서 뚜껑이 닫히지 않을 만큼 늙어버린 나날인 것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면은
꺼져가는 불씨에 불쏘시게를 대고 있는 힘껏 불어대는 안간힘으로 신발 끈을 조이고
저 주름진 등성이를 넘어가자
물길을 흘러서 아래로 가자
내 오래된 체취 같은 비리고도 짬쪼름한 짠내 엉기는 곳
뭍의 양변이 두 팔을 벌리고 무너지는 억장을 붙드는 곳
시원의 고향에 가서 나를 묶자
담벼락 아래 키 작은 채송화를 심고
뒤안에 푸른 대나무를 두르자 우쭐대는 그 잎들이 흔들리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기어코 다시 흔들려 보자
수평선에 걸려있는 뱃고동과 날개 펼친 갈매기들, 허구한 날 그 속내를 염탐하는 내 사랑이 멀쩡하고 태연하게 섞여갈 무렵, 내가 만든 의자와 식탁은 두어 개, 대문간에 간판을 걸자
눈물 반 우동
그 바다가 내어준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내고
그 언덕이 원산지인 푸성귀와 결실로 고명을 얹어 양파, 마늘, 파를 키워 양념을 해야지
밤새 부푼 반죽으로 면을 뽑고 가마솥엔 하루종일 무럭무럭 오르는 성근 김,
왜 그런 거 있지, 걸터앉을 자리 같은 거, 밥때가 아니어도 어정쩡한 시간들에 그냥 막 문을 밀고 들어가도 되는 문턱, 아무 데나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지 않는 자리, 가격표가 없어도 주머니 속이 그려지지 않는 밥집
사는 것이 매운 한 끼 같아 움츠리는 날에, 고작 이 때문인가 초라해지는 날에, 목숨들이 모여있는 밥인 것 같아 미안한 날에,
그리하여 뜨거운 면발이 목구멍을 치받고 국물이 가슴을 쓸어내릴 때, 문득 설운 눈물이 빗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눈물 콧물 다 떨구면서 밥을 먹어도 불편하지 않은 거기, 내가 먹는 우동의 반은 세상에 눈물, 그렇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바로 그 집
사는 게 좀 그렇지요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런 허튼 말들에다
막소주 한잔, 공짜로 건넬 줄 아는 우동집
시시한 주인의 글이 적히다 마는 집
산다거나 늙는다는 그 형언할 수 없는 진실들이 담담하게 얽크러 져 문 열리는 집
슴슴하고 얼큰한 우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