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돌아보니 많이 힘들었을 때, 큰 기쁨을 얻었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그것은 회사일로 많이 마음이 상했던 날 즈음에 받았던 국가공인 자격증 합격 소식이었습니다.
그 자격증을 알게 된 것은 1년 전 오빠가 저에게 스터디그룹을 만든다는 소식을 알려왔을 때입니다. 그 자격증이란 게 빅데이터, 빅데이터 하는 이 시대에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라고 한마디로 쉽게 설명해주셨었습니다. 그런데 , 막상 책을 사서 펼쳐보니 그게 말같이 쉬운 게 아니더이다. 마침 코로나 시대가 닥쳐와 스터디 그룹에 모여서 공부하기 위험하다는 핑계로 저는 스터디 그룹에 나가지도 않았고, 사둔 책도 한 곳에 묶혀두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잘 흘러갑디다. 올해 초 제가 존경하는 상사와의 식사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회사에서 빅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뭐 오빠가 하는 말은 덜 중요하고, 상무님이 하는 말은 더 중요하다고, 사람에 말에 차등을 주는 것은 아니나, 존경하는 분이 그만큼 말씀하신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체감이 크게 느꼈습니다.
그 식사 후 집으로 돌아가 그 오래전 사두었던 데이터 분석 자격증 책을 꺼내었습니다.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어 휴지로 툴툴 털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책을 넘겨보는 손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덜컥 자격증 시험 등록을 진행했습니다. 등록비도 5만 원이나 들고, 사진도 등록해야 하는 등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시험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떨어지면 3달 후에나 다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공부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요? 실무에 과연 도움이 될까? 싶은 스스로 의심하는 질문들이 생길 때마다, 딱 한 달 마음먹고 공부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더 이상의 의심을 덮고 집중해서 공부했습니다. 회사생활이 힘들 때 더욱 독하게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막상 시험날 모든 것이 끝나고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큰 수확이라 느꼈습니다.
한 달 후 결과는 예상치도 못한 합격이었습니다.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겨 아슬아슬한 합격이었지만, 합격은 합격인 거죠. 그리고 그즈음에 제 자존감이 참 많이 낮았을 때였습니다. 저는 다시 제가 멍청이가 아니란 것을 다시 상기했습니다. 그래, 나 이렇게 '한다면 하는 여자'인데 날 힘들게 하는 상황에, 사람에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만에도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 남들의 인정을 받는 것 등이 저의 자존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N 잡러, 디지털 노매드 등 대기업에 입사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평가도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다양한 삶의 방식, 돈벌이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늘어갑니다.
남들이 말하면 다 아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을 중요한 나 자신의 가치로 생각하며 살던 것이 코로나 시대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재택근무라는 문화를 접하면서 보이는 일하기 방식, 사내 정치질 등 이런 것들에 목매는 사회생활에서 저를 찾은 계기는 회사 내부가 아닌 국가 공인 자격증 취득이었습니다.
무엇이든 하나에 목매달게 되면 그것에 집착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을 때 하나가 망해도 다른 것들에 다시 집중해가며 슬럼프를 극복했다는 또 다른 선배 언니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저의 자격증 프로젝트도 결국은 하나만 보고 목매달았던 회사생활의 인정 그리고 그것 때문에 느꼈던 좌절과 슬럼프를 극복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자격증 공부를 추천해준 오빠가 저에게 말했죠.
꿈이 있는 한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좀 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주말에도 시간을 내어 데이터 전문가 자격증 공부와 실전 코딩 학원을 다니던 오빠의 모습은 진짜 멋졌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지친 일상에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좋은 제안 해주시고 직접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고마워요. 또 회사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있지 않도록 계속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생각의 틀을 넓혀주신 오빠는 저의 큰 멘토세요!
2021년 추석 즈음에,
13년 차 슬럼프와 극복을 반복하는 아는 언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