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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Oct 24. 2021

13년간 열심히 일해온 나에게 쓰는 편지


13년간 같은 회사에 매일같이 출근한 너 참 대단하다. 누군가는 힘들어서, 누군가는 더 높은 연봉을 찾아서, 누군가는 적응을 못해 그만두는 그 길을 너는 네 커리어를 생각하며 부단히 걸어가더구나. 그 과정을 성실히 포기하지 않고 이어간 거 정말 자랑스러워.


20대, 30대의 네 인생의 찬란한 순간들을 너는 늘 일을 하면서 보냈더라. 그리고 세상의 넓은 곳을 보러 아시아, 중남미, 유럽, 북미를 넘어 아프리카, 중동까지 가는 너는 누구보다 다양한 색깔로 살아온 거 인정해.


올해 초 진급 누락으로 마음이 허하고, 휴식 한번 없이 달려온 13년을 정리하고 싶다며 제주도로 안식년 휴가를 떠났었지. 그때 너 참 많이 안쓰러웠어. 푹 쉬고 다시 돌아와서 열심히 다시 일하던 너의 책임감을 높이 산다.


30대의 네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후회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해. 누구보다 대단한 일을 해온 네가 스스로 더 자랑스러워하고 가치 있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너는 정말 단단해지고 전에 없이 성숙해졌다는 거 잊지 마.


하지만 늘 그랬듯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갈 너의 커리어를 위해 지난 13년을 주마등처럼 스쳐보내며 기억에 남는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려 해.

그럼 시작할게.


 번째,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기억해. 너에게 생긴 힘든 일에는  장점도 있어. 힘들게 버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힘든  뒤에  좋은 일까지   아는 눈을 갖길 바라. 시야가 넓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 힘든 일은 피하면 좋고, 피할  없는 상황이라면 누구보다  해내길 바라.  고비를  넘기고 나면 훨씬  기회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니까.


둘째, 회사 말고 다른 것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놓길 바라. 내가 볼 때 아는 언니는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뿐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에 예민해서 힘들게 느꼈던 것 같아.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억지로 이어 만들어놓은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 일이 잘되면 안 좋던 관계도 좋아지고, 일이 잘 안되면 좋았던 관계도 안 좋아져. 회사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거... 13년 회사생활을 통해 잘 알았지? 결코 영원한 좋은 관계는 없어. 모든 건 일에서 오는 이해타산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둬. 깊이 고민하지도 말고. 그러려면 일 이외의 다른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여태껏 잘해왔듯 말이야.


셋째, 절대로 무조건적으로 너를 믿어! 의심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말에 신경 쓰느라 네가 움츠러들거나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는 충분히 멋지고 빛나. 괜스레 마음 쓰느라  잠못이루거나 울지 . 너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버려도 괜찮아. 모두의 사랑을 받으려 하지 말고, 너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길 다시 한번 바라.


넷째, 가족에게 잘해. 너 사회 초년생 때 기억나? 늘 너에게 헌신하고 받아주던 엄마에게 회사에서 받은 짜증을 내곤 했지. 회사에서 상사가 너에게 부당하게 권위를 앞세우고 일을 넘길 때 그런 태도를 욕해놓고, 집에 와서 동생들에게 권위적으로 굴지 않았니? 물론 그 시간들을 후회하고 나쁜 걸 배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널 잘 알아.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정성스레 대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 거고. 그 마음 잊지 말길 바라.


다섯째, 마음공부를 계속해. 아마 자기 계발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MBTI유형의 ISTJ인 너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런데 나는 네가 한 일중 잘한 일이 최근에 심리학 공부를 꾸준히 한 거라고 생각해. 넌 몇 달 하고 포기하지 않더라. 벌써 일 년 동안 심리학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네 마음이 전과 달리 안정되고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보게 되어 뿌듯해. 그리고 더 많이 어리던 시절부터 그 공부를 했다면 마음이 아픈 시간은 좀 더 수월하게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남은 세월을 또 이 회사에 바치라고 하지 않을게. 어떤 선택을 해도 나는 너를 응원하니까.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너에게 남아있는 이 것들을 잊지 않고 너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지켜가며 살아가길 바랄게.


열심히 살아온 네가 나는 늘 눈물 나게 애틋했어.

그런 너를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줘.


2021. 겨울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나에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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