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언니 Dec 21. 2021

2년째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이제 도가 튼다

오미크론 변이 이후로 정말 체감적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다시금 재택근무 비율이 오십 퍼센트로 . 재택근무를  때는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있는 방법을 활용하여 일하고 있다.


우선 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전화로 처리하던 많은 것들을 메일로 처리한다. 그리고 상급자를 그 메일에 포함시켜 일하고 있다는 티를 낸다. 왜 일하는데 이렇게 티를 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회사는 티 내는 만큼 일하는 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나중에 보면 겸손하게 티도 안 내고 일하는 줄 몰랐다는 소리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나뿐이 아니다.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아들 덕분에 워킹맘인 동료는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내가 뭐래도 일을 했다는 티를 내기 위해 그날이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부담을 가지고 일했다고 한다. 나만 느끼는 부담이 아니었다.


전화를 칼같이 받는다. 전에는 전화가 오면 나중에 건다는 핑계로 슬쩍 무시하기도 했다. 특히나 회사에서 커피타임 등을 하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전화가 오면 이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할 때에는 칼같이 전화를 받게 된다. 혹여나 전화를 놓칠세라 손이 닿는 반경에 핸드폰을 배치해 놓고 신경 핸드폰에 둔다.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일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전화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신경 쓰게 된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철저히 나눈다. 나의 경우에는 점심시간에 꼭 집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도록 평소에 하는 필라테스 수업을 예약해 점심시간을 확보한다. 회사에서도 그런데 나는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우르르 몰려가는 동료들을 따라가느라 일을 끊는 편이 아니다. 내가 하던 일을 마치지 못했을 때는 끊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 그만큼 재부팅 속도가 더디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던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곤 한다. 그게 일하는 게 손해일지 이익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러하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면 점심시간이 돼도 여전히 일을 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원래 집 앞에 코 닿을 곳에 있는 필라테스 수업이 딱 50분인 것을 활용해서 운동을 하고 온다. 요즘같이 겨울이면 추워서 집 앞에 나가지 않는 것이 비일비재인데, 점심시간만이라도 이 50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 집을 나서 센터로 가서 운동을 하고 나면 왠지 기분전환이 되고 오후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좋아하는 음료라도 한잔 사 가지고 들어오는 날은 오후 업무 파워 풀 충전이 된다.


여러모로 나는 재택근무가 좋다. 회사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마주 보고 일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호불호를 따지는 것을 넘어 사람들과 부대끼는 압박으로 괜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불필요하게 업무상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이라는 표현을 빌어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에 집중하여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위해서만 달릴 수 있다. 그것이 참 마음에 드는 포인트이다. 그렇게 재택을 하다가 출근을 하면 만나는 사람이 또 그렇게 반갑다.


작년에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할 때만 해도 출근을 알리는 아침 메일과 퇴근을 알리는 업무 보고 메일 하루에 두 번을 팀장에게 보내는 것이 의무였다. 비효율 적인 일이 하나 더 생겼다며 재택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2년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상호 신뢰를 주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나름의 일처리를 해가고 있는 이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하며 차별받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