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와 함께하는 단체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일이 끝나고 연습을 하느라 체력이 힘들고, 나 빼고 모두들 잘하는 것 같고, 심지어 오디션 이야기가 나오고 하다 보니 또 즐기지 못하고 예민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올챙이 시절 기억까지 끄집어내어 공연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연습 과정을 즐겨라.
'내가 젤 앞줄에 서야 하는데...'
'내가 젤 이쁘게 잘 보여야 하는데...'
내가 돋보이지 않으면 속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때에도 지금에도 내가 믿고 의지하는 언니는 조언해주었다.
관점을 조금 바꿔봐.
늘 젤 앞에 설 수는 없어.
그 과정을 즐겨봐.
시간과 돈과 성의를 그렇게 많이 들이는데, 맨 앞, 젤 잘 보이는 곳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니의 말을 듣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그 과정에서 내 실력이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돌아보니 이건 절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둘째. 연습 영상을 찍어두라.
다다익선이라고 연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데, 연습을 꾸준히 해온 영상을 보면 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을 연습 영상을 보면 내 모습을 직접 내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내가 이 동작을 참 잘하는데 뭐가 문제지? 파트너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라며 남 탓하는 것이 아니라, '아 내가 여기서 끝까지 안 가고 슬쩍하다 마는구나, 동작을 더 크고 부드럽게 연결시킬 수 있는데 뻗뻗하게 하고 있구나'를 볼 수 있다. 내 모습을 똑바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셋째. 파트너를 너무 재고 따지지 말라.
함께 춤추고/연습하고 싶은 사람이 될 것. 전에 남자분들이 공통적으로 춤추기 싫다고 욕하는 여자 사람이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콧대가 높아서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잘난 줄 알고 파트너를 무시하는 게 느껴졌었다고 한다. 자신의 실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더 잘 추는 사람과 추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잘 추는 사람과 연습하면서 정확하게 추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잘 추는 사람은 내가 아닌 누구랑 추더라도 그 여자를 이쁘게 만들어 준다. 중요한 건 그가 만들어주는 내 모습이 아닌, 나 스스로 잘 출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나의 파트너가 되어도 나 스스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고, 내 스스로 턴을 잘 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파트너와 함께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넷째. 겸손하라.
오지라퍼가 되지 않도록 늘 겸손하라. 나에게 도움을 구하고 물어볼 때 성심껏 도와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참견하는 것은 오지라퍼다. 가르쳐 줄 때 또한 상대방이 바로 바뀌지 않고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알고 격려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면 좋겠다. 쉽지 않은데, 나도 그런 올챙이 시절을 거치면서 그때보다는 나아진 지금의 내가 되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간 마음을 다잡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공연을 위한 오디션도, 자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다. 그냥 생각이 많아질 때는 연습하라. 몸을 움직이고 땀 흘려 연습하고 나면 잡생각도 날아가고, 어제보다 나아진 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