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코엑스(COEX), 벡스코(BEXCO), 킨텍스(KINTEX) 같은 전시장에는 다양한 산업 전시회가 열린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제 XX회 서울커피앤티페어', '제 XX회 부산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부터 사업체가 주가 되는 '국제 공구 및 스마트 용접 자동화전',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같은 행사도 열린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의 보도 자료를 읽어 보니 국내에 한 해 대략 600~700건의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참관객 수는 600~700만 명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런 전시회는 B2C, B2B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공급자와 소비자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전시장은 공급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쇼케이스'를 하고, 소비자는 쇼케이스장을 둘러보며 자신의 '니즈'를 충족한다. 누군가는 시장조사를 목적으로, 누군가는 신제품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또 누군가는 거래처 또는 협력사 관계자와의 친목을 위해 가기도 한다. 그 니즈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자신과 상대의 역할은 '물건을 파는 사람'과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다.
근데 업계에서 이런 전시장을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의 기회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되려 자신의 물건을 파는 사람이다. 전시장에 나와 있는 직원이 참관객들에게 신제품에 대해 설명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영업사원 한 명이 가벼운 인사를 건네며 명함을 내민다. 그리고 짧은 회사 소개와 영업성 멘트를 이어가며 관심여부를 확인한다. 어쩔 때는 회사의 구매 또는 생산부서 관계자의 연락처를 부탁하기도 하는데 이런 상투적인 만남은 결실을 맺지 못할 확률이 99%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인사를 받은 영업사원 김씨도,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하는 영업사원 박씨도 모두 불편한 상황이다. 아마 박씨는 분명 누군가로부터 등 떠밀려 나온 신입사원 또는 대리 직급일터. 대게 과장급부터는 이런 식으로 '방문영업'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전시장 한 두번만 다녀와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도 영업사원이라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치부하며 밑에 직원들을 내보내는 게 관행이라면 관행이 된 것 같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전시장을 방문할 수도 있다. 아마 그때는 본인의 의지가 있을 확률이 있다. 영업사원이라면 때로 새로운 거래처 발굴이 절실할 때가 있고, 잠시 바깥바람도 쐴 겸 겸사겸사 "혹시나"하는 마음에 갈 수 있겠지만 결말은 뭐...불 보듯 뻔하게 "역시나"이다.
이제 이런 식의 업무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전시장의 정체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하다. 철저히 공급자와 소비자의 무대이다. 만약 본인이 제 3자라면 시장 트렌드를 읽으려 하거나 전시 업체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구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이에 반해 공급자에게 영업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한 번쯤 해봐라'라는 식의 등 떠밀기도, 아무리 그래도 100번 영업해서 1번 성공하면 그만이다라는 소리도 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