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재영cjy Dec 14. 2024

의심받는 순간들

오해 속에서 피어나는 배려와 이해의 힘

우리 모두는 조금씩 오해받고, 또 오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작은 배려와 이해가 모여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결백하지만, 그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작은 노력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기를 바란다.

오해받는 순간들 우리는 종종 잘못한 게 없는데도 의심받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떳떳해도 상황에 따라 나의 행동으로 인해 의심받기 마련이다. 남들이 나를 쓱~ 쳐다보는 눈빛 때문에, 또는 나 스스로가 본의 아니게 의심받을 만한 상황이라 여기면 괜스레 찔리곤 한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설레발쳐서 "전 결백합니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생긴 게 사납거나 덩치가 크면 말 다했지 뭐.


지하철의 눈치 싸움 지하철을 탄다. 사람들이 가득 찬 객실에서 나는 조용히 자리를 찾는다. 그런데, 내 앞에 앉은 여성이 핸드백을 꼭 쥐고 나를 의식하는 눈치다. 나는 그냥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 시선이 나를 찌른다. 나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고 무심한 척 앱을 뒤적인다. "난 그저 평범한 승객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다. 그러면 더 이상해 보일 테니까.


야간 조깅의 오해 밤에 조깅을 나간다. 캡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뛰는 동안은 자유롭다. 그러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앞서 걷던 여성이 뒤를 힐끔힐끔 돌아본다. 나는 그냥 내 갈 길을 가고 싶은데,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고, 잠시 멈춰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난 그냥 운동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더 수상해 보일 테니까.


편의점의 눈총 편의점에 들어간다. 간단히 물건을 사려는데 찾는 게 없다. 잠시 생각에 잠기며 매장을 둘러보는데, 편의점 직원의 시선이 느껴진다. CCTV도 나를 주시하는 것 같다. 이대로 나가면 뭔가 훔쳤다고 의심받지 않을까? 결국, 찾지 못한 물건을 다른 걸로 대신 사서 나간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다. 그러면 더 의심받을 테니까.


사는 게 피곤하다 사는 게 피곤하다. 죄짓고는 못 살겠다. 나는 '정상'인데 '정상'인 척해야 할 때가 많다. 나는 결백한데 결백한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나의 시선, 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남을 배려한다고 하는데 남들도 똑같겠지? 내가 유별난 걸까? 뭐, 어쨌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집에 돌아왔을 때 딱히 생각나는 일이 없으면 괜찮은 거다.


작은 배려의 힘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기도,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나름대로 남을 배려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의심받을 상황에서 조금 더 신경 써서 행동하는 것. 내가 남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조심하는 것. 이런 노력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상 속의 따뜻한 세상 상상해 본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어떨까? 내가 지하철에서 여성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러 눈을 피할 때, 그 여성도 나의 배려를 알아주고 고마워하는 세상. 내가 밤에 조깅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기보다는 그냥 운동하는 사람으로 봐주는 세상. 내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찾지 못해 오래 머물러도 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않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