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행동의 미학
세상은 이기적이고 각박할지 몰라도, 우리의 선택은 여전히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친절을 베풀거나 강하게 나서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불편한 진실 속에서 나의 행동과 태도를 조절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나의 선택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결국 나에게도 유리하다.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친절히 대하는 이유와 현실 "사람들을 친절히 대하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영어로 "Treat Others How You Want to Be Treated." 다들 잘 알지 않나? 하지만 왜 모두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을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면 상대는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불편한 진실은 어디에서나 적용된다.
일상에서의 경험 음식을 배달시킨다. 평소 잘 시켜 먹는 집인데 밥이 빠졌다. "사장님, 밥이 빠졌네요. 그래도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좋게 말했는데 묵묵부답이다. 그러려니 했다. 다음에 또 시켰는데 이번에는 추가로 주문한 토핑이 빠졌다. 아니, 돈은 더 냈는데 토핑이 빠졌네? 이번엔 화가 나서 한마디 했다.
"사장님, 아무리 바빠도 신경 써야죠?" 그러자 바로 사과 메시지가 오고, 환불 처리가 됐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말할 때는 잠자코 있더니, 한소리하니까 바로 사과를 한다. 사람은 친절히 대하면 이를 고맙게 여기지 않고 대수롭게 여기는 것 같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이 말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정말 명대사다. 안타깝지만, 살면서 학습되는 일이다.
은행에서의 경험 은행에 간다. 점심시간이라 사람으로 북적인다. 은행 직원이 몇 명 빠졌고, 계속 대기 순번을 기다린다. 시간은 흐르는데 순번이 다가오지 않는다. 제 앞에 중년의 아저씨가 있다. "점심도 못 먹고 볼일 보러 왔는데..." 중얼거리다가 큰 소리로 한마디 한다. "아니, 바빠죽겠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직원이 더 달라붙어서 빨리 처리해야지?" 그러자 은행 직원 두 명이 뛰쳐나온다. 그제야 대기 순번이 빨리 넘어간다. 왜 진작에 그러지 않았을까? 사람이 많으면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게 맞지 않나?
회사에서의 경험 회사에서 납품 납기가 지연된다. 거래처 담당자에게 몇 번이고 죄송하다고 하고 상황을 보고한다. 담당자도 나름 위에서 '쪼임'을 받는 것을 짐작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양해를 구하고 또 구한다. 그런데 어느새 담당자가 'ㅈㄹ'을 한다. 선을 넘는다. 그래도 참는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갑질을 한다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들이박는다.
"제가 몇 번이고 사과하고 상황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렇게 갑질을 하시면 같이 일 못합니다. 죄송하지만 이런 식이면 납품 안 하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그제야 거래처 담당자가 숙이고 들어온다. 왜 꼭 한마디 하게 만드는가?
사회에서 학습되는 현실 내가 친절을 베풀면 상대방도 나를 친절하게 대하겠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보통 아닌 경우가 많지 않나? 이렇게 사회에서 학습되다 보면 나의 성격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내가 편한 쪽으로 행동하게 된다. 내가 무시당할 바에 내가 오히려 큰소리치겠다. 상대방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다.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있더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 내가 'ㅈㄹ'하니까 일이 순탄하게 진행된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신사적인 사람들을 보며 어쩌다 신사 한 분을 만나게 되면 큰소리친 저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다. "나도 나이 먹고 저렇게 신사적으로 행동해야지."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그래서 도대체 어쩌라고? 답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하고 개인주의로 변질되는 것 아닌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나는 사람 가려가며 상황 보면서 행동할 것 같다. 내가 강하게 해야 할 땐 강하게. 내가 좀 숙여도 되겠다 싶을 땐 숙이고. 선택적 친절함. 이래야 내가 마음이 편하니까. 이 세상 어디에 누구에게나 한없이 친절하고 착한 사람들은 그저 대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