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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영cjy Dec 14. 2024

모든 게 귀찮아질 때

남의 시선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 봤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서,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 왜 그럴까? 나는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누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어디 나갈 때면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고 신경을 쓴다. 


현관문을 나서기 전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다. 이제 문 밖을 나서려 할 때 정작 꼭 필요한 휴대폰이나 차 키를 빼먹는다. 다시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다 챙겼는지 확인한다. 불도 다 껐고, 이제 다 준비됐겠지? 


그런데도 찰나에 또다시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들여다본다.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면 벌써 피곤하다. 누구와 마주칠까 걱정하며 그 사이 머리를 한 번 만지고 옷을 가다듬는다.


겉치레에 대한 피로감 한국에서 살면 겉치레하는 것이 상당히 피곤하다. 내가 오버하는 걸까? 아니면 세상은 관심이 없는데 왜 나 혼자 난리부르스를 치는 것일까? 하지만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 다들 이렇게 살잖아?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보이는 것만 신경 쓰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내가 하는 행동과 말뿐만 아니라 '내가 당시 보여주는 모습'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어야 한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미리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작은 행동에 대한 고민 매일같이 같은 편의점에 가기 시작한다. 나는 단순히 집에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사는 것뿐인데, 매일같이 편의점에 가는 나의 행동이 뭔가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편의점 두 군데를 번갈아가며 들른다. 그제야 내 마음이 편하다.


약속을 앞둔 고민 어쩌다 저녁 7시에 약속이 잡힌다. 나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애매하다. 옷차림을 회사 다녀온 티를 내야 하나? 모임 끝나고 운동 갈 건데 운동복으로 갈아입을까? 둘 다 아닌 것 같다. 


그럼 중간치로 면바지에 캐주얼하게 코디를 해볼까? 그런데 머리 상태가 안 좋네? 모자를 쓰고 싶다. "회사 퇴근길에 오신 거 아니세요?"라고 할 텐데, 그럼 잠깐 집에 들러서 편하게 입고 나왔다고 할까? 그래, 재택근무했다고 하면 되겠네. 피곤하다.


운동에 대한 고민 운동을 하러 간다. 요즘 헬스에 재미를 붙여 사실 헬스장에 매일 가고 싶다. 단 30분이라도 무게를 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매일 갈 수 없다. 다른 게 아니라 남들 시선 때문이다. 


헬스장 직원과 매일 인사하는 게 불편하다. 내가 몸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괜스레 오버하는 것 같다. 나 같은 몸은 적당히 하는 몸이다. 그렇다고 나도 운동을 '빡세게' 하는 것도 아니라 눈에 띄지 않기로 한다. 그래서 하루 건너뛰고 운동을 간다. 다른 헬스장도 알아본다. 두 군데를 다녀야 할 것 같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 나도 참 피곤하게 산다. 남들이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인지, 내가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인지 헷갈린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까?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 나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보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 일단 내가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유지해 보기로 한다.


남의 시선과 나 자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는 나의 안전지대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내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더 큰 용기와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내가 과연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회적 기대와 나의 선택 나는 사회적 기대와 나 자신의 바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한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면서도, 동시에 나 자신을 지키고 싶다. 내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 자신에게도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의 다짐 앞으로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충실해 보려고 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려고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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