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앞둔 그대에게
또 한 번의 영어 면접. 하루 전날 온종일 머릿속에 면접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다고 하루를 온전히 면접 준비를 하지 않았다. 아니,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일을 몰아쳐서 하는 스타일이라 시간을 끊어서 하다 쉬다 하다 쉬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를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내게 된다. 길고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잘해야 한다.) 하지만 면접은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은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상대로 하여금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 마음을 연습한다고 얻어지던가? 이는 마치 소개팅 자리 같다. 면접이 사격처럼 일종의 스포츠였으면 어떨까. 내가 연습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면접은 내가 성공할 이유와 실패할 이유가 수만가지라서 어렵다. 간절히 원하는 마음만큼 긴장해서 실수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아깝다.
"힘을 빼자."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나 스스로에게 던진 한마디. 그래, 힘을 빼자. 나에게 넌지시 던진 이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다.
면접 당일 아침. 30분씩 두 번에 걸쳐서 영어 면접 '리허설'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영어 면접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Tell me about yourself'라는 질문이다. 내가 입을 떼고, 나를 각인시키는 스타트이자 어쩌면 면접의 향방을 결정짓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의 끝은 반드시 상대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끌고 갈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드디어 끝. 면접을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복잡한 심경이 든다. 나쁘지 않았다. 근데 아쉽다. 상대방의 표정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살짝 찌푸린 눈썹. 딱히 좋은 제스처는 아니다. 순간 보이는 시그널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데 그 상황을 예의주시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결과를 담대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불킥'할 상황이 없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 오늘도 숨 쉬고 내일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