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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영cjy Jun 09. 2024

Give a Clear Direction

에세이

우리는 상대에게 명확한 지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한 후 행동하거나, 다시 지시를 물어보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이렇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상대방도 결과에 만족할 것이다. 상대가 왜 다시 묻냐고 하면, 오히려 강하게 요구하거나 상황상 핑계를 대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주변 소음 때문에 잘 못 들었습니다! 등. 어쨌든 명확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헬스장에서 PT 수업을 받던 날, 트레이너가 "발 앞으로 빼세요"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발을 뒤로 뺐다. 제길슨. 난 왜 그랬을까? 순간,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필사적으로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반드시 찾아야 했다. 만약 빨리 합리화시키지 않으면, 그 창피한 순간을 하루 종일 떠올릴 것 같았다. 사실, 나는 트레이너의 말을 정확히 들었지만, 그의 손짓이 내 뒤꿈치를 가리키고 있어 발을 뒤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래서 잘못은 나에게 정확한 지시를 주지 않은 트레이너에게 있다고 결론지었다.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바보 같은 순간들은 내 인생에 많았다. 고맙다, 시간아. 덕분에 잊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주차 자리를 기억하지 못해 지하주차장을 땀이 나도록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직장 상사와 거래처 미팅을 마치고 함께 내려갔다가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 빠직 그때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쳐다봤는지. 그 후로는 차에서 내릴 때마다 주차 층과 자리를 확인하고, 엘리베이터 방향까지 되뇌는 습관이 생겼다. 고맙습니다... 자주 차를 주차하는 곳이라면 헷갈릴 수 있어 카카오톡에 짧게 메모를 남겨두기도 한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 선배들이 "아. 아.", "아이스 라테", "따뜻한 아메리카노" 등을 주문할 때가 있었다. 많은 인원의 주문을 받으면 메모를 했겠지만, 때로는 "그것도 기억 못 하냐"(`△´)는 핀잔이 두려워 굳이 메모하지 않았다. 유유히 걸어 나오는 척 몇 번이고 되뇌고 했었지. 한 번은 실수하고 욕을 배부르게 먹어서 이후 다시는 기억을 믿지 않고 메모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렇게 하니까 선배들의 신뢰도 다시 얻을 수 있었지만 당시 누구 하나 친절하게 도와주지 않더라. 다 한통속이야.


운동을 할 때면 코치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경험도 있다.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면 바로 질문하겠지만, 한국에서는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질문하기가 어렵다. 코치는 "이해했어?"라고 묻고(여기가 군대야?),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으면 성질을 내기도 한다. 일종의 갑질이다. 그래서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행동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웃지 못할 코미디 같기도 하다. 차라리 필드에서 욕먹는 것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욕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안 들리는 척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이런 경험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결국 문제는... 너야. 제대로 알려줬으면 그랬겠어?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은행, 보험, 병원, 부동산 계약 등 어디에서나 명확한 설명을 듣기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문화 속에서 질문하는 것이 두렵다. 호구처럼 보이지 않으려 방문 전부터 공부를 해가고, 스스로 점검과 검토를 병행하며 일을 처리한다. 누구 하나 못 알아들으면 어찌나 쿠사리를 주던지. 그래서 항상 빌런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문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철저히 계획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다... 가 아니라 빌런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상대에게 명확한 디렉션을 주고, 이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한 후 행동하거나, 다시 디렉션을 정중히 물어보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이렇게 하면 실수를 줄이고, 서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상대가 왜 또 묻냐는 식으로 반응하면, 되려 질러버리자. 학생이 이해를 못 하면 학생이 잘못이 아니라 선생 탓을 하는 게 옳다. 상황이 애매하면 주변 핑계를 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나가는 개 때문에 안 들렸다던지. 어쨌든 명확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불필요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불킥은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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