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각박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었다.

고장 난 자동차

by 가을햇살

"어? 저 차 왜 저래?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그러게. 운전이 미숙한가? 왜 출발을 못하지?"

신랑과 함께 차를 타고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편도 2차로 길에서, 우리는 이 차선에서 우회전을 해야 했지만 불법주차 차량으로 우회전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일 차로에 서서 직진 신호를 기다렸다. 직진 차량이 빠지면 우회전을 하기 위해서.

몇 분이 지나고, 직진 신호가 들어왔다. 그리고 차들은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우리 앞차가 움직일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앞차는 기어가 잘못 들어간 것처럼 덜컹 거림을 몇 번 하더니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운전이 미숙해서 그런 줄 알고 기다렸다. 하지만 도통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앞차는 신호가 다시 적색으로 바뀔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뒤로는 차량이 증가하고 밀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우리 뒷 차에 있던 여성분이 차에서 내려 우리 앞 차로 다가갔다. 이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더니 다시 차로 돌아갔고,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신랑이 말했다.


"아무래도 고장 난 것 같아. 내가 가서 밀어야겠어."

나는 위험할 것 같아 신랑을 말렸지만, 신랑은 뒤에 차들이 많이 밀렸다며 차에서 내려 앞 차 운전석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신랑은 앞 차 운전자와 몇 마디를 나눈 뒤, 고장 난 차 뒤로 가서 차를 밀으려 했다.


그때였다. 포장한 음식을 들고 멈춘 차 주위를 지나가던 분이 갑자기 손에 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으셨다. 그리곤 고장 난 차량으로 다가갔다. 이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신랑은 차량 뒤쪽의 왼쪽을 그분은 오른쪽을 잡고 차를 밀기 시작했다. 고장 난 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그리고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고장 난 차를 이동시키려, 오른쪽에 있는 골목을 향해 차를 돌리려는데 누군가 고장 난 차 뒤로 다가가 함께 차를 밀었다. 그곳을 지나가던 배달 기사분이셨다.


그저 자신들의 목적지로 향했어도 아무런 영향이 없던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이 있어 신랑은 고장 난 차를 수월하게 밀 수 있었다. 또 통행의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도 다시 통행이 가능하게 되고.


나는 신랑과 함께 다시 차를 타고 가며 신랑에게 말했다.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만하네."

그러자 신랑이 말했다.

"맞아. 고장 난 차량 운전자 분도 참 따뜻하더라."

"왜? 뭐라고 하셨는데?"

"내가 위험할 것 같다고 안 했으면 좋겠다고 나를 말리시더라고."


마음속에서 뭉클함이 느껴졌다. 살기 어렵고 각박하다 말하는 세상이지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었다. 아니, 착한 분들이 더 많기에 앞으로도 쭈욱 살만한 세상이 되리라고 난 믿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린 저마다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