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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부모의 뜻대로 살지 못한 자식의 마음은

2장. 꽃이 활짝 피었던 봄날은 그렇게

by 가을햇살

“올해 자네 나이가 몇이당가?”

“서른네 살입니다.”

“우리 행자랑 열한 살이나 나이 차이 있당가잉. 오메, 거시기한 거.”

외할머니의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름이 뭐라 혔는가? 성이 박가 맞당가?”

“네, 박가 맞습니다. 밀양 박가입니다.”

“박가여? 우리 행자가 무안 박간 거 몰랐당가잉? 그라믄, 부모님은 두 분 다 계신 거제? 이 결혼 암시롱 안 해야제잉?”

뒤이어 외할아버지도 언성을 높이며 아빠에게 물었지만,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던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빠는 엄마와 함께 시골로 내려오기 전, 엄마의 고향인 영광으로 내려가 장인, 장모님을 뵈었다.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난 이 결혼 반대랑께.’라는 말뿐이었다. 엄마보다 무려 열한 살이나 많고, 심지어 성씨도 같았던 아빠는 환영받을만한 사위가 아니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본관은 달랐지만, 가문을 중시하던 외할아버지에게 성씨가 같은 사람과의 결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당시에는 성씨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결혼은 매우 드물었기에, 결혼을 허락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외할머니는 변변한 직장도, 모아둔 돈도 없는 데다 도와줄 부모도 없어 고생할 게 훤히 보이는 사내에게 당신의 딸을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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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순간, 비로소 꿈을 꾸었다"로 첫 출간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박한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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