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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젊은 날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2장. 꽃이 활짝 피었던 봄날은 그렇게

by 가을햇살

가정을 꾸리고 부모로 살아가며, 엄만 딸들을 늘 배불리 먹이고 싶었다. 또 딸들이 되도록이면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형편은 어려웠어도, 딸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해주며 남 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여보, 어제 은정이가 현태한테 자전거 한 번 타봐도 되냐니까, 현태가 안된다는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리더라고요. 한 번 좀 태워주면 뭐 어때서, 어려서 그런 거 알면서도 좀 얄밉더라고요.”

진짜? 그래서, 은정이 울었어?”

“아니, 그건 아니었는데 엄청 아쉬워했죠 뭐.”


엄마가 아빠에게 큰딸이 자전거가 없어서 속상해했다고 말한 그다음 날, 아빤 읍내에 나가 딸을 위한 자전거를 사 오셨다. 또 각 집마다 텔레비전이 없었던 때에, 딸들이 남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다 그 집 아들이 엄청 생색을 내며 보고 싶은 걸 못 보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장 읍내로 나가 그 비싼 텔레비전을 사 오셨다. 아빠는 딸들이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며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특히나 싫어했다.


하지만 마음이 그렇다 해도 형편이 되지 않으면 해 줄 수 없는 일이었을 턴데, 아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빠에겐 신용이라는 엄청난 무기가 있어서였다.

엄마는 아빠가 외상 수완만큼은 전 세계 일등일 거라고 하셨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돈이 없을 때엔 아빤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 엄마와 함께 열심히 일해 외상값을 최대한 빨리 갚았다고 했다. 그렇게 쌓인 신뢰 덕분에 불가능한 일이 가능할 수 있던 거였다. 없는 살림에서도, 아빠 엄만 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주며 딸들의 미소에 행복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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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순간, 비로소 꿈을 꾸었다"로 첫 출간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박한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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