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화. 나이를 먹는 건 용기를 잃어가는 것

4장. 꽃은 시들어가지만

by 가을햇살

어릴 적 내 기억 속 엄마는 말수가 많은 분은 아니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 싫은 소리를 하는 분도 아니셨다. 그런데 당신이나 딸들이, 혹은 다른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만큼은 달랐다. 엄만 그 부당함과 맞서 싸우셨다. 일을 할 때에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서도, 회사 측의 부당한 대우가 있다고 생각되면 당당하게 나서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분이셨다.

엄만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그런 용기 있는 분이셨다.

하지만 내가 자란 만큼 더해진 엄마의 세월 속에서 엄만 점점 용기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엄마가 용기를 잃기 시작했던 건, 지병과 스트레스로 인해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나오던 때부터였다. 젊었을 때의 엄만 텃세로 회사를 그만뒀을 때나 회사 사정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을 때도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내가 여기 아니면 일할 때가 없을까 봐.’하는 마음으로 금방금방 일자리를 구하셨다. 그런데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할 때부터 엄마는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셨다. 이미 50대 중반을 훨씬 넘긴 엄마를 원하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력서만 내면 어디든 면접을 보러 오라던 젊은 날과는 달리 ‘이제 이런 일 하실 수 있겠어요?’라고 물으며 당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었다. 그리곤 할 수 있는 일이 계약직이나 청소일이라는 걸 받아들이셨다.


그렇게 60대부터 엄마는 정신 병원 청소 일을 시작하셨다.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과 조를 나누어 일하시며, 그 생활에 적응해 가셨다. 그래서 난 엄마가 다시 용기를 찾아가는 줄 알았다. 젊은 날에 일하시던 것처럼, 할 말은 하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인 1조가 되어 엄마와 다른 아주머니가 함께 일하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가 힘든 기색이 역력한 채로 집에 오셨다.


“엄마, 왜 이렇게 힘들어 보이셔? 병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가을햇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마주한 순간, 비로소 꿈을 꾸었다"로 첫 출간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박한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어요.

33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