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잊지 못할 그 계절, 그 향기
활짝 피었던 꽃도 언젠가는 시들고 끝내지듯이, 사람도 활짝 피었던 젊은 날이 가고 점차 시들어간다. 그러다, 먼저 간 이의 곁으로 결국 떠나간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하늘의 별이 되는 것, 그 순환이 인생이었다.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것처럼, 엄마의 부모님이 엄마 곁을 떠난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약해져 가는 내 엄마도 언젠가 딸들의 곁을 떠날 거란 걸 알고 있다. 받아들이기 싫고, 생각만으로도 슬프지만 그리 긴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라는 건, 그날이 되도록 천천히 와줬으면 하는 것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로, 엄마가 되도록 오랫동안 이 삶을 버텨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엄마께 신랑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머니, 울릉도 한 번 가셔야죠!”
언젠가 엄마가 텔레비전에서 보셨다며, 멋진 자연경관을 보러 울릉도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뒤부터 신랑의 말은 시작되었다.
엄마가 울릉도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을 때, 신랑과 나는 엄마가 더 힘들어하시기 전에 엄마의 바람대로 울릉도에 다녀오려고 했었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했지만, 일정을 짤수록 엄마에게는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릉도는 길도 험하고 걸을 곳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곳에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차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린 울릉도 여행을 포기했다. 아니, 신랑은 계속해서 미련을 내비쳤지만 나는 고생이 훤히 보이는 여행을 강행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랑은 포기가 안 됐는지 이따금 엄마에게 울릉도에 가자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자꾸만 이야기하는 신랑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신랑에게 그 의도를 물은 적이 있었다.
“여보, 근데 왜 자꾸 엄마한테 울릉도 얘기를 하는 거야? 엄마 힘들어서 못 가시는 거 자기도 알잖아. 못 가는데 계속 얘기만 하면 속상할 것 같지 않아?”
그러자 신랑은 결연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런 거 아냐. 나 진짜 어머니 모시고 울릉도 갈 거야. 어떻게 하면 덜 힘드실지 그 방법도 알아보고 있어. 설사 못 간다 하더라도 어머니가 의지를 가지셨으면 해서 그러는 거야. 우리 부산 갔을 때 기억 안 나?”
신랑은 점차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엄마께 의지를 드리고 싶다며 울릉도에 가는 것을 목표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 해 전에 다녀왔던 부산 여행 때를 이야기하며, 내게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말했다.
몇 해 전 5월, 내 생일을 기념해 부산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 생일이기도 하니 신랑은 날 낳아주신 어머니도 꼭 함께 가셔야 한다며, 늘 그랬듯 엄마와 여행 갈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여행 전날, 신랑이 퇴근하는 대로 우린 친정집으로 향했다. 부산이랑 더 가까운 엄마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신랑의 업무도 일찍 끝나고, 여행 당일 부산의 날씨도 좋다고 확인한 상태였다. 여행을 가기 위한 모든 것들이 완벽해 신랑과 딸 그리고 나는 한껏 들뜬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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