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Rocky Mountain
여행계획을 세우고,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 꼭 확인하게 되는 것은 일기예보이다. 여행을 갔는데 비가 오면,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고, 흐린 날씨로 사진을 찍어도 잘 안 나오고, 구경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여행 날짜를 미리 정하기 때문에 비가 오게 된다고 해서 여행을 바꾸기는 힘드니, 날씨가 좋기만을 바랄 뿐이긴 하다.
작년에 콜로라도에 있는 락키산맥으로 여행을 갔었다. 우리가 여행 가는 일정에는 비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우산은 챙기지 않았지만, 산을 올라가면 기온이 떨어지고, 비나 우박이 내릴 수 있으니 각자 비옷을 챙겼었다.
첫날 산행에서 우리는 그리 높은 곳을 올라가는 코스가 아니었기에 비옷을 챙기지는 않았지만, 7월이었음에도 모두 긴팔티를 입고 출발을 했다. 3,4시간 등산을 해야 하는 코스였지만, 산의 중간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우리의 산행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해서 우리는 등산을 시작했고, 경치가 정말 너무 멋있었기에, 막 찍어도 Window 배경화면에 나오는 사진 같았다.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 중에 하나는 자연이었다. 유명한 자연명소를 실제로 가보면 사진으로 아무리 많이 봤어도 그 사이즈와 경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거기다 노을, 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빛,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천둥, 번개, 펑펑 쏟아지는 눈과 같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치들의 그림이 내가 한국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는 Window의 배경화면이 포토샵처리를 많이 한 만들어진 사진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풍경이라는 걸 미국에서 살면서 알게 되었다. (뭐 물론 더 멋지게 보이게 포토샵을 하긴 했겠지만)
그런 그림 같은 풍경들을 구경하며 한발 한발 산으로 올라갔고, 위로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온도도 체감할 수 있었고, 녹지 않고 쌓여있는 만년설도 구경할 수 있었다. 높은 산이다 보니 비구름들이 산을 넘지 못하고 비와 우박을 뿌리기도 한다는데, 우리도 중간쯤 갔을 때 우박이 쏟아졌다. 처음엔 곧 그치겠지 했지만, 맞으면 살짝 아픈 정도였기에 나무 밑으로 숨어서 금방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러워질 수 도 있고, 어린 아들도 같이 올라가고 있었기에, 더 올라가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하였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등산하는 사람도 많았고 (동네 작은 산을 등산할 땐 다른 사람을 마주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큰 동물들을 만나게 될까 봐 살짝 오싹하기도 하다.) 다행히 우박이 점점 잦아 들어서 우리는 원래 목표했던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등산을 하면 어느 나라나 동일한 게,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과 정상을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의 정상까지의 남은 거리의 인식 차이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5분이면 도착한다고 쫌만 힘내 라며 내려가는데, 분명 5분 이상 온 것 같은데 아직도 정상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거의 다 왔다는 소리를 3번은 더 듣고야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또 한 번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음날은 차를 운전해서 해발 12,005 feet 되는 곳까지 올라갔는데, 충분히 넓게 만들어놨을 것 같은 찻길은 어찌나 좁게 느껴지던지, 운전해서 가는 방향이 낭떠러지 일 때는 아무리 반대쪽에서 차가 오고 있어도 중앙차선을 넘기기 일쑤였다. 속도는 당연히 낼 수 없었고, 아찔했다.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곳을 얼마나 가 볼 수 있을까? 이곳에 언제까지 살게 될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부지런히 다니고 싶다. 그리고 계획적인 남편 고마워!! 내가 혼자 준비했음 입산도 못했을 거야. (성수기에는 하루에 입산할 수 있는 수를 제한하고, 마감도 빠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약 필수!! 차마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오후 5신가 6시에 다음날 티켓을 몇 장 여는데 이것도 금방 마감되니 광클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