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는 허공으로 날아가 구름에 묻혔다.
어제는 심리상담이 있었다. 아직 상담 초기 단계라서 대면상담이 원칙이지만, 지방에 있는 나를 배려해 주셔서 격주로 대면 상담과 온라인 비대면 상담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격주로 서울에 올라가는 것도 경제적인 부담이 컸으나, 그보다 더 부담되는 심리상담의 비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평생 풀리지 않는 숙제 같았던 과거의 말들이 상담 선생님의 도움 아래 가까스로 번역되었다. 억압과 부인을 사용하다가 결국 그게 나를 향한 투사로 이어졌다는 맥락이었다.
첫 번째 상담 시간에 홍길동과 결혼식부터 이혼소송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눈물조차 아까웠다. 그러나 어제는 주로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눈물 반 콧물 반 쏟아내느라 티슈를 헤프게 써야만 했다. 이제껏 어른스러운 척을 하느라 도둑맞은 유년기는 반쪽짜리 자기 확신을 만들어냈다. 허구한 날 집에도 안 가고 해외여행이나 다니며 이기적으로 산 덕분에 그나마 반쪽짜리 자아라도 만들어져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은근슬쩍 들었다.
나를 구성하는 무의식의 주된 감정은 억울함인 것 같다고 했다. ‘억울함’. 맞는 것 같다.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면서 내 감정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 성숙한 것인지 판단하느라 미처 케어받지 못한 감정들은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홍길동 같은 인간쓰레기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나 스스로를 자처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관계는 다 끊어내고, 내가 느끼는 감정에 틀린 감정은 하나도 없다고 인정하기. 다 늙은 중년의 몸으로 2살, 3살 어린이처럼 내 감정을 마음껏 느끼는 일. 30 몇 년 동안 해본 적 없는 연습이라 서툴지만 그래도 해내고 싶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이야기를 다 까발리기 위해 이 브런치는 앞으로 서서히 발길을 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