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4장 오늘도 수발 잘 들고 있습니다만?

직장 생존전략 - 업무와 감정을 조율하는 Tip

by Writer Sol

“예, 오늘도 수발 잘 들고 있습니다만?”

비서 일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나 오늘 또 수발 들고 있네…? 여기가 회사인지 노인정인지 누구 좀 알려줘봐라.”


진짜로 정신 차려보면

서류 정리 → 물컵 교체 → 프린터 버튼 대신 눌러드림 → 전화 응대 → 약 챙겨드림 → 에어컨 리모컨 대신 눌러드림

이걸 순식간에 다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 직장 내 만능 리모컨이 아닌가 의심된다.

나는 분명 회사에 취업했는데,

어쩌다 보니 “어르신 종합복지관”에 취직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추가 요금도 안 받는다. 마음만 고생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생각을 계속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한 번 이런 생각에 빠지면

→ 점심쯤엔 “나 여기 왜 왔지?”

→ 퇴근길엔 “내 인생 뭐고…”

이렇게 3단 논파로 이어져버린다.


감정은 롤러코스터, 업무는 와르르.

그래서 나는 아주 중요한 기술을 익혔다.


생각 중단 스킬.


“아, 또 수발 드네? ㅇㅋ 넘어가.”

딱 여기까지 생각하고 바로 끊는다.

"우리 할아버지라 생각하자! 일찍 돌아가셔서 한번도 뵌적 없는 우리 할부지!"


이게 회사 생활에서 진짜 살아남는 방법이다.


회사의 진실: 상사 비위 맞추기는 선택이 아니라 인류의 숙명

솔직히 말해서, 회사 생활이란 건

마치 올림픽 출전 같달까?

다양한 종목이 있지만.. 무조건 성공해야한다.

종목이 대충 이런 식이다.

‘갑자기 일정 바꿔줘’ 100m 달리기

‘왜 이렇게 했어?’ 설명하기 마라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해줘’ 예술체조

‘지금 당장 사와 ’ 순간이동


그렇다고 상사의 요구가 전부 갑질이라는 건 아니다.

(그랬으면 벌써 뉴스에 나왔다.)


의외로 배울 것도 많다.

사람 대하는 법, 일의 우선순위, 위기 대처, 말의 무게감…

이건 솔직히 책으로 못 배우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상사의 말 = 갑질


이런 공식으로 세상을 보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럼 내 마음만 괴롭다.

물론, 열받는 순간도 당연히 있다.

갑자기 말 바뀌고, 급한 것만 골라서 던지고,

내가 한 말은 기억 못하면서 본인은 다 맞다고 하고…

그럴 때는 속에서 아주 작은 불이 훅— 하고 붙는다.

하지만 그 불을 키우면?

내 체력만 타서 사라진다.

그걸로 누가 따뜻해지지도 않고,

상황도 1mm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결론 내렸다.


“아, 열받을 에너지도 아깝다.”


그 시간에 차라리

배달앱 장바구니나 채우고,

카페 신메뉴나 검색하고,

점심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최종 결론: 그냥 잘 넘기고, 웃고, 흘려보내면 된다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면,


내 감정 관리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수밖에 없다.

싸우지 말자 — 나만 피곤함

부딪히지 말자 — 난 부딪히면 바로 멍듦

넘길 건 넘기자 — 감정도 배터리다

언젠가 이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아니면 너무 억울하니까)

비서라는 직업은 힘들지만,

웃으면서 넘길 힘만 있으면

그것도 나만의 스킬이 된다.

오늘도 나는 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예, 오늘도 수발 잘 들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왜냐면 이게 제 생존 전략이니까요.”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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