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돌발 상황 대처법
회장실에서 하루도 계획대로 흘러가는 날은 거의 없다.
회의가 갑자기 연기되거나, 바이어가 일찍 도착하거나,
주문했던 택배가 지연되거나, 심지어 갑작스러운 손님이 들이닥치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순발력, 센스, 정중함!
나는 속으로 매번 중얼거렸다.
“아니… 이번엔 어떻게 하면 덜 혼날까?” �
회장님이 자리에 없는데 손님이 갑자기 나타나면,
먼저 정중하게 확인한다.
“어디서 오셨는지, 혹시 사전에 약속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확인 후 자리를 안내하고, 차와 다과를 정중하게 내어드린다.
우리 임원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라,
몸이 따뜻해지는 생강차, 대추차, 도라지청 등을 준비했다.
간식도 웬만하면 빵보다는 떡, 과자보다는 과일, 고구마처럼
고급스럽고 건강한 선택!
누가 오느냐에 따라 다과도 달라지므로, 대상에 맞게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
회장님께 들어오는 선물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업체, 어떤 사장님이 어떤 선물을 주셨는지 꼭 명단으로 체크하고,
회장님께 보여드려 처리 방법을 확인한다. 대부분은 자택으로 보내지만,
기록을 남겨야 나중에 헷갈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즉시 회장님 연락!
회장님이 어떤 조치를 원하시는지 알려주시면 바로 실행한다.
특히나 회장실에 명절때만 되면 고기 선물들이 많이 들어온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는데, 내 전에 있던 비서가 고기가 들어온 선물을 바로 처리하지 않아 사무실에서 일주일을 방치했었나보다. 결국 고기가 상했고 그걸 본 회장님이 노발대발하고 뒤집어졌다.
나는 아직도 그 비서가 도대체 왜 고기를 자택으로 보내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진 않는다.
그런데 가끔 나도 정신없어서 고기 선물 들어오면 바로 회장님댁으로 보내는데, 아차하고 하루 늦게 보낼때가 있었다. 어떻게 되었겠는가? 뒤집어졌다. 회사가 뒤집어지게 혼났다.
연세가 있으셔서 특히나 먹는게 낭비하고 썩고 상하는 걸 제일 싫어하신다.
그건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ㅎㅎ
그래서 비서실에 있으면 선물이 많이 들어오는데 특히나 신선식품은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 유념!!
회장님, 사장님이 안 계실 때 걸려오는 전화도 또 다른 미션이다.
메시지를 정확히 기록하고, 누가 누구인지, 어떤 용무인지 확인해야한다.
가끔은 알려주는 사람도 있고 안 알려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때는 굳이 코치코치 캐묻지 말고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마무리하면 된다.
사장님께 전달할 때 "용무는 여쭤봤는데 말씀 안 하셨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충분하다.
그러면 생각하시겠지.. 그만큼 중요한 일이거나, 그만큼 시덥지 않은 일일테니 ㅎㅎ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확한 기록과 명확한 보고다.
누가 왔고, 무슨 용무였는지 제대로 남겨야 회장님이 돌아오셨을 때 바로 처리하실 수 있다.
또 한가지!
사무실에는 자기 업체 물건 판매하려거나 연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나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 '나 회장님 친구다, 사장님 친구다, 나 회장님 잘 안다' 라고 할때도 있다.
그런분들 전화받아서 메모 전달드리면 역시나 목적을 갖고 접근한 사람들이기에 회장님이 연락 안하실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나도 전화를 받다보면 '나 회장님 친구다'하고 회장님 찾는 전화는 의심부터 하고 받는게 있다.
그런데 마음에 그런 인식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전화를 빨리 끊고 싶고 연결을 안하고 싶어 건성으로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그 어떤 전화도 건성으로 받거나 성의없이 받으면 안된다.
어떤 할아버지가 회장님 친구라면서 발음도 어눌하고 횡설수설하길래 마음속으로 좀 짜증났고,
대충 받은 적이 있다. 전화번호를 회장님께 전달하니 어머나!
회장님이 정말 반가워하시며 옛친구라도 통화하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 마음속은 갑.분.싸
내가 뭐라고 내 스스로 판단하며 사람을 함부로 대했나.. 엄청 후회하고 반성했다.
또 한번은 그냥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목소리로, 회장님 친구라고 해서 연결해드렸더니 알고보니 유명기업 회장님이셨다.
생각해보니 우리 회장님도 할아버지 아니신가.
다른 회사 비서실에 전화할때 뭔가 나처럼 성의없게 대접받는다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고로 그때부터는 아무리 사기꾼 같은 사람, 별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정성스럽게 받는다.
그리고 나 스스로 절대 판단하지 않는다.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고 나는 결정권자가 아니기에
어떤 사람이곤간에 늘 정성스럽게 예의있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어쩔수 없이 사기꾼도 보고 고위직의 사람들도 접하게 되는 비서는
어떤 상황에도 한결같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성숙한 비서로서의 기본 자세이다.
위기 상황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직원 간 팀워크다.
우리 회사에는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도 많고,
30~40년 된 베테랑도 있다.
월급은 작아도 서로를 아껴주고 감싸주는 덕분에
내부에서도, 퇴사한 사람들에게서도 ‘사람 끝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것이..
맨날 회장님한테 혼나는 모습 보면 다들 측은해하게 된다.
회장님이 대뜸 사무실에 전화해서 “김부장 어디갔어? 자리 없어? 이 새끼 또 어디가서 노닥거리는구만” 하면
다른 직원이 “아, 지금 거래처 미팅 중입니다.”라고 순간 쉴드를 쳐준다.
또 뭔가 내가 회장님께 거슬릴 만한 상황인것 같으면
다른 직원들이 나에게 와서 슬쩍 “비서님, 아까 회장님이 뭐라하셨어요. 이거 미리 체크해보시면 좋을것 같아요” 하고 알려준다.
그럼 나는 '헉' 하고 후다닥 가서 회장님이 혼내시기 전에 미리 해결해놓고 온다.
그러면 좀 덜 혼나니까 ㅎㅎ
이렇게 서로 보듬고 챙기는 문화 덕분에, 돌발 상황도 훨씬 수월하게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
회장실에서 살아남는 비서는 단순히 개인 능력뿐만 아니라
팀워크와 센스가 필요하다.
그 팀워크와 센스는 한순간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서로서로 챙겨주고 보듬어 줄때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러니 나부터 직원들의 신경써주는 것 또한 비서의 센스 중 하나이다.
= 돌발 방문 손님은 정중하게 대응
= 자리 안내와 차, 다과 제공 필수 (대상 맞춤)
= 회장님께 즉시 보고 후 지시 실행
= 선물, 굿즈, 방문자 기록은 반드시 체크
= 부재 중 전화는 메시지 정확히 기록, 누가 누구인지 확인
= 직원들과 서로 보듬어 위기 상황을 함께 버티기
결국, 회장실에서의 위기 대응은 관찰력과 이해심이 핵심이다.
눈앞의 돌발 상황, 손님의 미묘한 표정, 동료들의 작은 신호까지 읽어내고,
그 안에서 최적의 대응을 찾아 실행하는 능력.
겉으로는 단순히 메모하고 전달하는 일 같아 보여도,
그 속에는 사람과 상황을 이해하는 힘이 숨어 있다.
이것이 바로, 회장실에서 살아남는 비서의 진짜 무기이며 비서라는 직업의 매력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