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생존 노하우 - 1장: 회장님과의 커뮤니케이션

상황별 대응 전략, 센스 있는 소통

by Writer Sol


내 면접 때, 첫 번째로 물었던 질문이 있다.

“비서에게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소통입니다.”

비서는 단순히 지시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결 다리 역할을 한다.

그러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비서에게 그만큼 중요하다.



연배를 이해하며 소통하기


그걸 아는가, 내 면접 때 또 이런 질문도 있었다.

“권양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국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이질문을 듣고 "엥???" 이랬었다.

맞다. 이곳은 극보수분들이 계셨다.

처음에는 “뭔가 회사에서 정치적인 것을 강요하려나?” 하고 극혐했지만,

같이 생활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예전부터 다양한 것을 보신 분들이고, 시간적 여유도 많으시다.

정치 이야기가 아니면 임원분들도 별로 할 말이 없으신게 사실이다.

고로 굳이 정치 성향을 강요하나? 하면서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우리 할아버지 재미있게 친구분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거리”**로 생각하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점 중 하나는 그 연배를 이해하고, 그 관점에서 소통하는 것이다.



주제에 대해 다각도로 준비하기


회장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주제 하나에도 다각도로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장님이 신문에서 광고한 물건을 보고 “인터넷에서 가격 알아봐”라고 하시면,

가격만 달랑 알려가는 것으로는 폭풍 혼이 난다.


회장님은 가격뿐만 아니라,

“그 회사가 어디야? 언제 출판됐어? 모델은 몇 종류야? 배송은 언제, 어떻게 돼?”

등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알고 싶어하신다.

나는 머릿속으로 문어다리처럼 생각을 쭉 늘어놓으며 정보를 정리한다.

분명… 나는 궁금하지 않지만 회장님은 궁금하시다.

결국 회장님이 무엇을, 어떻게 물어볼지 먼저 예측해야 소통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준비가 잘 되면 혼나는 일도 줄고,

준비가 부족하면… 말 그대로 회장님 혼나기 실습장이 된다. �



눈치껏 잘 알아채기


회장실 소통의 또 다른 스킬은 눈치껏 상황을 읽는 것이다.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 할 일 없이 용돈 타러 오는 사람, 사기꾼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회장실을 찾는다.

솔직히 나도 눈치 빠르게 보면, “아… 이 사람은 회장님께 사바사바 하러 왔구나”가 눈에 보인다.

그런데 80대 노인이신 회장님은 이런 상황에서 직접 ‘안 돼’라고 말씀하지 않으신다.

대신, 약간의 연기를 섞어 분위기를 전달하신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어려운데… 권양아, 뭐 사장이 돈 주고 간 거 없냐? 이 노무자식은 왜 돈 안 주고 가?”

하시면서, 마치 상대가 문제 있는 것처럼 난처해하시는 척을 하신다.

모든 것이 연기지만, 동시에 상대를 깔보지 않고 품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럴 때 나는 즉각적으로 맞장구치거나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사전 협의도 없고, 눈치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다.

게다가 사기꾼 같은 사람들은 계속 오기 때문에,

회장님이 직접 제재하지 않아도 나는 눈치껏 회장님 바쁘다고 표현하며 거절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그럼에도 회장님은 방문한 모든 사람을 끝까지 인격적으로 대우하신다.

거지 같은 사람, 자기 회사에 돈 달라고 떼쓰는 사람도 비일비재한데,

나 같으면 다신 오지 말라고 하고 싶은 상황에서도

회장님은 품위를 유지하며 인간적으로 대접하신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 이게 진짜 품위구나” 하고 느꼈다.

나도 앞으로 사람을 저렇게 대해야겠다고 배웠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 사람을 지혜롭게 보내는 일은 내가 맡는다.

회장님과 사전 협의는 없지만, 암묵적으로 눈치껏 상황을 정리하며 돌려보내는 것도 비서의 중요한 능력이다.


결국, 회장실 소통이란

회장님 말투, 표정, 심지어 작은 눈짓까지 읽어내며

“아,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해야 덜 혼날까?”를 판단하는 숨은 스킬 게임이다.

눈치 게임이지만, 현장의 긴장과 웃음이 함께 섞여 있어 은근히 재밌고,

가끔은 웃프게 터지는 순간도 있다. �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회장님은 가끔 다른 층에 있는 직원들을 보러 내려가신다.

그럴 때 갑자기 엘리베이터를 누르시며, “권양아, 00층 간다.”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회장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그 시간 동안

직원들에게 “회장님 내려가셨습니다!!”라고 전화로 알려준다.


이게 단순한 알림이 아니다.

직원들이 불시에 회장님의 불시검문에 당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게 하는,

말 그대로 생존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장님께서 사무실 가셨을때 행여나 조는 직원들이나, 담배피러 나가서 자리에 없는 직원들을 보면 불호령이 떨어지기에 나는 미리 전화로 알려주었고,

덕분에 직원들은 늘 나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이런 소소한 센스와 눈치가, 회장실 비서에게는 필수 생존 스킬이다.

KakaoTalk_20251031_110740496.jpg 회장님 긴급 출동시, 직원 여럿 살린 전화기


회장실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말투, 표정, 작은 눈짓까지 읽어내며 상황을 예측하고 센스 있게 대응하는 일종의 숨은 게임이다.

준비와 눈치, 그리고 작은 센스 하나로 하루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오늘도 나는 회장님의 한마디를 곱씹고, 직원들에게 미리 소식을 전하며,

“어떻게 하면 덜 혼날까?”를 고민했다.


회장실에서 살아남는 일은 늘 긴장과 웃음이 함께한다.

그 속에서 배우는 관찰력, 판단력, 센스는 어느 순간 나만의 큰 자산이 된다.

작은 눈치와 준비가 쌓여, 결국 회장실 생존력이 되며 더 수준높은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게 된다.

오늘도 나는 그 게임을 즐기면서, 웃프지만 유쾌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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