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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애 Nov 17. 2024

'나'라는 '우주'를 걸으며

《미애의 사유》2024.11.17.

아주 오랜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침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블랙홀이 아닌, 우주가 되겠다고.


그즈음 나는 트라우마 상담을 받고 있었다. 꺼내기 두려웠던 기억은 예상보다 거대했고, 블랙홀처럼 나를 집어삼켰다. 내 안에 숨겨왔던 오랜 기억은 이제야 마주하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앓던 나는 더 이상 블랙홀이 아닌 우주가 되기로 한다.  


우주에는 블랙홀도 있지만 달도 별도 해도 있고, 내가 아직 모르는 미지의 어떤 것도 있다. 블랙홀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우주라는 미지와 혼돈 속에도 질서가 있다. 나의 우주에도 혼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안과 우울 사이에 사랑과 행복이 있다. 그렇게 바라본 '나'라는 '우주'는 기꺼이 내가 나로 살아보고 싶게 한다.


우주를 걷는 나를 상상해 보았다. 소행성 B612를 떠난 어린 왕자처럼, 나도 다양한 별에 머물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는 거다. 그 별들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나다. 탐험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다. 그저 나라는 우주를 걷는 중이다.  안에 내가 있고, 내가 다녀간 별이 있고, 아직 마주하지 않은 별도 있으며, 심지어 블랙홀마저 포함하는 그 자체가 나인 것이. 나라 우주를 거닐며 또 어떤 별들을 만나게 될까?


그래, 나는 이제 '나'라는 '우주'를 걸어보기로 했다. 살아보기로 했다. 때론 우주의 먼지처럼. 때론 어린 왕자처럼. 그렇게, 나처럼!



2024.11.17.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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