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나'라는 '우주'를 거닐며, 그 공간 안에서 발견한 시(詩)의 별에 머물고 있다.이곳에는 작은 나무 책상과 의자 하나, 그리고 전등이 있다. 전등옆 책꽂이에는 시집 몇 권이 가지런하다. 전등이 비춘 새하얀 노트에는 아직 검푸른 잉크가 마르지 않았다.
시의 별에서 나는 시인의 글을 필사한다. 곱게 깎은 연필을 쥐기도 하고,아끼는 만년필을 꺼내기도 한다. 시의 전부를 기억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저 시 속에서 내 마음을 꼭 닮은 시어를 만났을 때 그 울림이 정말 좋아서 멈출 수가 없다. 며칠 전, 한강의 시에서 만난 '검은 물소리'라는 시어가 내 안에서 깊이 울렸다. 그 울림은 나의 시에도 스며들었다.
시(詩)의 별에서
전부가 아닌 것이
전부이던 때
모든 것을 삼킬듯한
검은 물소리
흐르는 걸음 따라
먼지가 되어
무한하고 무해한
별과 별사이
비록 우주의 먼지 같은 미약한 존재일지라도, 우리는 모두 무한하게 소중하다. 이 소중한 마음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기꺼이 그 흐름이 닿은 곳을 살아보겠다. 지금, 여기. 이곳은 무한하고 무해한 '나'라는 '우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