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의 상실
축구를 하다가 혼자 넘어져 팔꿈치가 골절된 지 일주일째, 오른팔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말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겠다.
왼손으로는 모든 게 서툴다. 점심 메뉴로 스파게티가 나오면 왼손이 집고 있는 젓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면들을 보는 게 그렇게 서럽더라. 또 짜장밥이 나올 때면 숟가락만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하더라.
오히려 좋다, 위시리스트에 쌓아놨던 보고 싶었던 영화와 책들을 몰아본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밑줄을 그으려 하면, 왼손이 그려내는 삐뚤빼뚤한 선을 보며 오른팔에 통증을 느낀다. 그래도 다행히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이렇게 핸드폰으로 타자라도 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간 소외됐던 나의 왼손에 미안하지만, 소중함을 몰랐던 오른손의 상실에 그리움을 느낀다.
인생이랑 원래 이런 것 아닐까. 부조리하고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며 살아간다.
기브스 앤 테이크, 오른팔을 내준 대신 나는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것, 이것이 내가 인생을 사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