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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별 May 29. 2024

행복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행복의 재설정

어느덧 30대 중반.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고

이쯤 되니 행복에 관해서 전보다 더 잘 알게 됐다.


걱정 없이 마냥 즐겁게 웃는 게 행복인 줄로만 알았던

단순하기 그지없던 20대를 지나

이제는 '행복'이라는 이름아래 다양한 모습들이

삶에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나의 20대는 늘 불안하고 대부분 불행했다.

지금 돌아보면 실제로 상황이 불행했다기보다는

행복의 범위를 너무도 좁게 정해버리고

나와는 먼 일이라고 결론지어버린 탓도 크다.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하려면

걱정이 없어야 할까? 모든 게 완벽에 가까워야 할까?

이미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강력한 전제가 하나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상호 믿음을 바탕으로 한,

가족이나 친구와의 '튼튼한 울타리'다.


이 울타리가 있다면 행복은 모습이 다양해진다.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현재 내 행복의 정의는

가족과 큰 연관이 있다.)


울타리 안에서라면 싸우더라도

화해하고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

사이가 견고해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사실 화도 어느 정도 나를 받아줄 만한,

신뢰가 있는 사람에게 내는 법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인내심은 바닥났고 삶도 버거워 평소 같지 않을 때.

화를 주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감사하게도 내 사람과 싸울 수 있다.


상대가 지금 힘든 상태라는 것을 알아채고 받아주는 마음.

세상에 어디 한 군데쯤은

나를 온전히 받아줄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싸움이 아름다울 수는 없어도

그 싸움 아래 이 두 마음이 교차한다.

이 싸움은 잠깐이면 지나가고, 관계는 회복될 것이며

서로를 아낀다는 강력한 신뢰가 있다면 가능하다.


이렇게 털어놓는 것이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싸우고 나서 내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도 행복해.

그리고 당신이 나한테 화를 내는 것도

어찌 보면 행복한 일인 것 같아.

힘들고 화가 나도 아무에게도 티를 내지 못하고

그저 혼자 삼키고 힘들어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말이야.

그냥 나한테 마음 놓고 화내는 모습이

차라리 좋아 보이더라고."


비록 싸움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서로 상처도 주고받기는 했지만  

때론 내가 그의 숨구멍이 된 것 같아

그런 의미로 기쁠 때가 있다.


'다음엔 내가 더 참아봐야지.

나는 속이 좁아터진 인간이지만

이해하려고 더 노력해야겠다.'

마음먹는 계기가 된다.


나는 제대로 된 행복의 개념을 파악하는데

30년이 넘게 걸렸다.


나처럼 스스로 행복의 범위를 제한하여

좀 더 일찍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구든 놓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행복의 재설정만으로

삶은 더 풍요롭고 깊어질 수 있다.

당신은 더 행복할 수 있다.


끝으로 최근에 '행복'에 관하여

생각을 나눈 C 친구의 정의도 공유해 본다.


여러분의 '행복'의 정의를 각자 생각해 보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특히 <행복>에 관한 생각. 나는 ‘별거 아니야’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가 별거 아니라 생각하면 별거 아닌 하루가 되고 별거 아닌 일상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은 ‘나는 행복하다’라고 하면 하하 호호 즐겁고 신나는 순간이 많아야 하고,

웃음이 많은 하루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순간이 적다면 본인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슬프고 괴롭지 않은 순간’ 즉 나를 해치는 것이 없는 평온한 상태가 행복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건강한 몸으로 일을 다닌다는 것, 식사를 모두 잘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행복이란 별 게 아니다.

- C -



#디자이너 #내향적 #에세이 #하루의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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