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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별 Jun 24. 2024

이제는 힘을 내보려고 써보는 글

겪어내느라 고생했어요

최근 바닥을 친 때가 있었습니다.

아직 그리 긴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번이 손에 꼽을 만큼

힘들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인생에는 고저가 있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가까움이 있으면 멀어짐이 있습니다.


길게 보면 그저 지나가는 일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사실 많이 힘겨웠습니다.

나중에 보면 별 일 아닐지도 모르겠다 싶으면서도

당장의 힘듦에 생각보다 더 쉽게 나약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현실에 있는 힘껏 반항 해보고,

그 다음에는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다 그것조차 되지 않자

이번에는 정말 풀썩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닥이 보였습니다.


약의 힘을 한 번 빌려보고자 처음 정신과에 갔습니다.

심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약간의 우울증은 누구나 겪는 거라고

지나갈 일이라고 여겨 끝끝내 멀리했었는데

막상 약을 먹어보니 편하더군요.


감정조절이 더 쉬워지고

분노의 역치가 높아졌습니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듯이

마음이 아파도 약이 통하는구나

처음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건강했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간 약의 힘을 빌려 잠시 숨을 돌리고 나니

눈앞에 현실이 다시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뭔가 하지 않으면

이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아닌 당장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


약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을 하나 정해서

딱 스텝 1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복잡하게 뒤얽힌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단은 스텝 1. 모든 건 그다음.


한 발을 떼고 나니

신기하게도 다음 할 일이 보였습니다.


두 발을 떼고 나니

상황이 나아지고 없던 길이 열렸습니다.


힘든 시기의 끝이 보입니다.


바닥을 보았으나,

이제는 바닥을 치고

위로 다시 올라갑니다.


이번 고비도

이번 굴곡도

넘겼습니다.


이제 기운차게

다시 인생의 상승 곡선을 그리며

활기차게 지내보려고 합니다.


당분간은 나와, 소중한 나의 가족을 지키며

기본에 충실해보려고 해요.


뿌리가 튼튼해야

만사가 형통한 것은

언제나 정말로 진리니까요.






#내향적 #에세이 #하루의조각들 #우울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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