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시작한 독서
지극히 내향적이고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지 않는 타입.
소수의 깊은 인연을 유지해 나가는 타입.
새로운 곳보다는 익숙한 곳만 가는 타입.
20대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던 내 삶의 방식이
이제는 점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는 아이의 엄마가 되고
직장에서는 조직의 리더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간장종지만 한 그릇으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30대는 세상에 대한 눈높이를 키우고
그릇을 넓혀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바보처럼 그걸 모른 채 아까운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다 일련의 사건들로
나의 터무니없이 낮은 눈높이와 한계를 절절히 체감했다.
어떻게 하면 내 그릇을 키울 수 있을지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필요했다.
워킹맘으로서 시공의 제약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도
반복적이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다.
나는 일단 닥치는 대로 읽는
출퇴근길 독서로 그 방법을 정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고
나아갈 길이 더 보이지 않는 것은
진짜로 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내 시야가 너무나 좁기 때문이었다.
성공은 자기 계발의 정도에 비례한다는데
내 그릇은 너무나 작아서
성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거였다.
책이라고는 일 년에 단 1권도 읽지 않을 정도로
담을 쌓고 살았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고 육아를 하며
워킹맘으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가장 많이 읽는다.
(올해 8월 기준, 21권째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독서를 넘어
독서의 질을 높이고 시야를 넓히고자
자진하여 작은 독서 모임의 리더를 하고 있다.
(독서오픈채팅방의 방장이 되어
서로의 독서를 응원하며 완독을 축하해 준다.)
독서 모임에서의 교류를 통해
혼자였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카테고리의 책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
덕분에 문외한이었던 분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깊이가 있는 좋은 책은 빌려주며 함께 읽는다.
각자의 느낌과 인상 깊었던 문장을 공유하고,
때로는 사진으로 인증하며 함께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정말 즐겁다.
이 시간들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피곤도 잠시 잊게 하는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이 된다.
이제 독서는 나를 대표하는 취미이며
출퇴근길의 루틴이다.
많은 부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독서라고 했던가.
늘 독서가 취미인 사람을 부러워하고 동경했었다.
(욕조 안에서도 몇 시간씩 책을 읽는다는 빨간 책방의 이동진 같은.)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한가로이 책을 읽는
고상한 나의 모습을 먼 미래처럼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여유는커녕 가장 바쁜 시기에
나는 원하던 내 모습 하나를 이루었다.
시작의 때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내 의지가 있다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책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어떤 것이든지 궁금증이 생겼다면
일단 그 일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찾아본다.
같은 주제의 책을 두세 권 읽고 나면 마음속 갈증이 대부분 해소된다.
단지 출퇴근길에 시작한 독서만으로
이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삶이 훨씬 풍요롭고 즐겁다.
아- 나한테는 진짜 책이 필요한 거였다.
진작에 필요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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