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오늘은 그냥 쉬고 싶어요...
가끔은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가만히 숨만 쉬고 싶다.
누가 날 잠시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
이름도, 역할도, 책임도 없는 곳으로.
그냥 ‘나’만 남아있는 아주 조용한 방으로.
어떤 날은 이유도 없이 너무 피곤하고,
누구에게도 말 걸고 싶지 않고,
심지어 내가 나한테도 말을 걸기 싫다.
“왜 이러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런 질문도 피곤하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뿐인데
자꾸 이유를 붙이려 하니까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누군가는 말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
그 말들이 고맙지만,
그조차도 버거울 때가 있다.
나는 오늘도
일어나지 않은 아이를 한참이나 흔들어 깨우고, 밥을 차리고,
애써 웃고, 집안일을 하고,
틈틈이 글을 쓰고, 또 뭐라도 해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런데 왜일까.
하루를 다 채운 것 같은데
내 안은 텅 비어 있는 것만 같다.
오늘 하루,
나는 나를 위해 한 게 뭐가 있었지?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들었나?
따뜻한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셨던가?
그런 날이면
그냥 이대로 누워서 창밖 하늘만 바라보고 싶다.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에
살짝 눈물이 맺혀도 괜찮을 것 같다.
아무도 날 부르지 않았으면,
누구의 필요도 내가 책임지지 않았으면,
그저 ‘나’ 하나만 잘 챙기면 되는
그런 하루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나를 안아주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주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