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조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와르 Jun 03. 2024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

소녀

https://youtu.be/v8uerrp-Smo?si=BOy7QlQ9TTHX0nk-

모든 노래가 명곡이지만 소녀가 된 엄마를 생각하며^-^


며칠 전부터 엄마가 어디선가 기사를 보았는지,

이문세가 라디오를 다시 진행한다며 언제 시작하는지 라디오 이름은 무엇인지 몇 시에 하는지를 우다다다 알려주었다. 이문세 DJ, 옛 별밤지기를 그리워하고 기다려왔던 소녀처럼 너무나도 기뻐하며 꼭 들을 거라고 매일같이 다짐을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라디오 시작일을 기다려왔다.

그에 맞춰 해가 길어진 낮 시간 동안 우리 집은 이문세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셋리스트로 옛날 감성을 느끼며 마치 콘서트에 가기 전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6월 3일, 오전 11시, 라디오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가 첫 방송하기 10분 전부터 스피커에 블루투스를 연결하고,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고, 우왕좌왕 오랜만에 라디오 듣는 티를 팍팍 내며 소파에 ‘소녀’처럼 수줍게 앉아 기다리는 엄마와 나.

라디오가 시작되고는 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 벌써 마무리 멘트를 하고 있었다.

우와...

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그리고 엄마가 좋아했던 별밤지기 이문세, 다음 세대인 나 역시도 많은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좋아하는 이문세,

이 모든 것이 꿈같고 벅찼다.

엄마는 고등학교 시절 ‘별이 빛나는 밤에’를 오랫동안 들었다고 하는데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선명한가 보다.

이문세의 노래를 들으면서, 또 따라 부르면서 울고 웃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괜히 엄마의 학창 시절과 빛나던 20대가 어렴풋이 그려지는 것 같아 푸스스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릴 적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CD와 테이프로 이문세 노래를 많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 지나가면’과 ‘휘파람’, ‘소녀’, ‘알 수 없는 인생’을 좋아하는데 요 며칠 방구석 콘서트를 하며 열심히 열창해 주었다.


오랜만에 들은 라디오는 ‘벅차오름’ 그 자체였다.

선곡된 노래들을 들으며,

아는 음악들은 아는 음악대로 아는 가사와 음들을 흥얼거리느라 신이 났고,

모르는 음악들 중에는 내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을 듣게 되면 타이밍을 잘 맞추어 노래가 끝날 때쯤 그 노래의 제목을 알려주는 것을 기다리는 그 과정이 마치 보석을 발견해내는 과정 같아서 너무 설렜다.(이제는 AI에 마이크를 대고 들려주면 노래 제목을 알려주고, 라디오 홈페이지에는 그날의 셋리스트가 다 게시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진정한 라디오 감성을 놓칠 수 없지!

그리고 라디오에서 DJ가 하는 말들과 오늘만의 무드에 맞는 노래들, 그리고 사연에 대한 DJ의 대답들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들 같고 토닥임 같아 위로가 되기도 하였다.

1시간이 10분처럼 짧게 지나가버린 이 경험이 왜 이렇게 새롭고 행복하게 느껴지던지.


엄마와 연결되어 이문세 라디오를 들으며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였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소녀가 되어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는 마음이 몽글몽글하였다.


오늘 11시부터 12시까지 한 시간, 정말 꼭꼭 채워서 가득하게 행복하였다.

행복한 오전의 시작은 하루종일 나를 두둥실 떠오르게 만든다는 걸 오래간만에 느끼는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