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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22. 2024

36. 위기상황에서의 이기심

스위트 홈, 콘크리트 유토피아 같은 재난과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위기 상황에 닥친 인간은 두 가지 행동을 보여준다. 옆에 있던 동료를 버리더라도 내가 살려고 하는 이기심과 반대로 나를 희생하더라도 다른 이들을 살리려는 이타심.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솔직히 타인을 위해 희생할 자신은 없다. 그저 영화일 뿐이라며 위안해 보지만 실제 현실에선 어떨까?


우린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는다. 연인과의 갈등, 주식의 폭락, 직장에서의 대형 사고 등 굳이 재난이 아니어도 위기라 부를만한 일은 일상에도 많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처했는지 한번 돌이켜보자.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왔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걸 보면서 나서지 못하고 부끄러워한 적은 없는가?


위기 상황에서 이기적인 사람들의 결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영화 '부산행'에선 좀비들을 피해 열차의 객실로 도망친 이들이 주인공 일행을 다른 객실로 쫓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안전하다고 생각한 그들은 모두 좀비의 먹잇감이 된다. 이기적인 길을 선택한 이들은 대부분 망해 버리거나 어딘가에 잡혀가거나 허무하게 죽는다. 현실에서도 진짜 이렇게 될까? 아닐 것이다. 분명 이기적인 행동을 했던 이들이 잘 사는 경우도 많다. 단, 그것이 진짜로 잘 사는 것인지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린 어쩌면 희생이 더 값진 것이라고 믿고 싶은 건지도, 또한 내 안에 숨겨진 본성이 드러날 것이 두려운 건지도 모른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라고 큰소리치는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 나 스스로도 그러한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우린 인간이기에 누구나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고 위기상황이 닥치면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단, 내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때에서라야 그나마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위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돌이켜보고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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