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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6시간전

37. 많이 아는 것이 독이다

3일 과정 강사 심화 교육을 받는 중이다. 강사 양성 교육장 풍경은 늘 비슷하다. 보통 세 부류의 사람으로 나뉜다. 강사 생활을 오래 해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의욕에 넘쳐서 하나라도 건져가려는 사람, 강제로 차출돼서 의무적으로 온 사람이다.

이들의 행동패턴 또한 비슷하다. 강사 생활을 오래 한 이들은 자부심으로 가득 차서 다른 수강생들을 오히려 가르치려 한다. 또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잠을 자거나 노트북을 떡하니 꺼내놓고 조만간 있을 자신의 강의자료를 다듬는다.


의욕에 넘치는 이들은 강사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노트를 펼쳐놓고 모든 것을 다 받아 적는다. 강사에게 가장 고마운 이들이다.


마지막으로 강제로 차출되어 온 이들은 아예 교육 자체에 관심이 없다.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를 보거나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한다. 옆사람과 떠들기도 하고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억지로 왔지만 강의를 듣던 중 강의 매력에 빠져 강사의 길로 들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기는 하다.


나는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참 싫다. 나도 강사생활을 12년째 하고 있다. 강의하는 이들은 수강생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다 보인다. 휴대전화를 보거나 자는 이들을 보면 허탈한 마음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듣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 아픔을 아는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싫다.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 강의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강의를 들어보면 강의 실력과 내용보다는 '나 많이 알고 있다'를 자랑하려는 이들이 더 많다. 오히려 진짜 실력 있는 이들은 강의에 더 집중한다. 자신이 놓친 것은 없는지, 강사의 스킬이 어떤지,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등 하나라도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강사와 강의장을 스캔한다.


우리는 때로 많이 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점점 나를 멈추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멈춰있는 사이 새로운 이들은 점점 나를 추월하고 있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배움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다. '많이 아는 것이 힘이다? 아니 때론 많이 아는 것이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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