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이 Dec 29. 2023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1

고양이와의 인연과 현재진행형 일상.

1. 나의 병아리와 나쁜 고양이



 ‘고영희’라고도 불리는 동물. 세상 까칠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강아지만큼 애교가 많은 동물. 요즘 들어서 더더욱 사랑받는 동물, 고양이. 이 귀여운 고양이들은 어째서 인간들에게 이토록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분명 내가 어릴 적 만해도 고양이들은 사랑스럽기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나의 외할머니가 살던 동네에는 길고양이가 많았는데, 당시만 해도 그들은 길고양이가 아닌 도둑고양이라는 불행한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옛날 어르신들은 ‘고양이들은 재수가 없고 요물이다’ 이런 말조차 하셨으니깐 말이다. 게다가 한밤중에 들려오는 발정이 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는 아기가 우는 소리와 같아서 오싹한 기분을 자아내곤 했었다. 당시에는 길고양이의 중성화라는 개념 또한 적었으니 아주 흔하게 들려왔던 소리였다.

하지만 어느 겨울 저녁, 할머니 댁으로 가는 골목길에 들어섰을 무렵 들려오던 어느 집 아가의 울음소리는 사실 뒷골목 한 고양이의 구슬픈 구애의 소리였던 것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고양이에 대한 기억은 좋지 못하다. 지금은 동물학대고 불법이지만, 내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았었다. 그 병아리들은 수컷 병아리들로 소위 말하는 ‘생산적 가치’가 없는 아이들이었다. 성인이 된 후에 유튜브 채널을 둘러보다가 수컷 병아리들의 운명에 대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실로 끔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컷 병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이 방법 또한 너무나 잔혹했다. 한 곳에 무더기로 쏟아부어진 병아리들은 질식사를 하게 되고 통째로 갈아져서 사료가 되는 것이다.




글로 적는 지금도 소름이 돋고 가엾은 영혼에 탄식을 하게 되는데, 처음으로 그 영상을 보았을 때- 나도 인간이지만 - 인간의 잔인함, 하지만 무뎌져버린 그 잔혹함에 대해 안타까운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 수컷 병아리들이 그 지옥 속에서 살아 나와 학교 앞 초등학생들의 500원과 교환되는 운명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 또한 2023년인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행위이지만, -또 다른 끔찍한 학대가 없다면- 이 아이들은 많은 가정에서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리하여 건실한 수탉으로 자라기도 하였다.




나도 그렇게 두 마리의 병아리를 데리고 와서 - 이름은 무어라 지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 어엿한 닭으로 키워냈고 그들이 그렇게 닭이 되자 감당이 되지 않아서 우리는 외할머니 댁으로 그 두 마리를 보냈다. 나는 거의 매일같이 어여쁜 두 마리의 닭들을 보러 갔었고 그게 나의 소소한 기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닭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원인이 무엇인가 하니, 바로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한 도둑고양이가 닭의 목을 할퀴어서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병아리 시절부터 사랑을 가득 주며 키웠던 닭이 웬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허망하게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그날 하루 종일 펑펑 울었다. 그리고 그놈의 고양이를 향한 온갖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갓 올라간 나에게 고양이란 내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나쁜 동물이었다.  고양이는 나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애지중지 키워왔던 병아리들을, 아니 닭들을 그렇게 죽였으니까.




하지만 고양이는 어느새 시나브로 나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 그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인간이 어디에 감정이입을 하고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동물을 아주 미워할 수도 매우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의 이야기들은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