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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민 Mar 01. 2024

시본과 나의 출사표. 목표는 이케아 동벌.

230909

 동쪽으로 향하는 버스 안, 시본과 나는 임무를 목표를 재점검했다. 미트볼로 충분히 배를 채울 것. 각자의 목표물이 보이면 즉시 소집 후 토의 개시. 소재, 색, 가격 등. 여러 가능성을 단호하게 심사숙고할 것. 이 막중한 임무를 즐기는 것 또한 잊지 않을 것. 우리는 결의를 다졌고, 제1차 이케아 동벌 작전을 개시했다. 목적지를 두 정거장 지난 상태로.


레르스타를 막 들여온 내 방. 시본은 흰색보다는 회색을 추천했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천장 조명에 전등갓을 씌워 약간의 간접 조명 느낌을 내고, 책상과 피아노 근처에 둘 조명을 사는 것이 내 목표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앤서니는 기꺼이 자신이 예전에 쓰던 스탠드 조명과 전등갓을 쾌척했다. 자신이 입었던 옷도 함께. 나는 예전부터 형이 갖고 싶었는데, 앤서니는 그러면서 푸근하고 고마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엔 사촌 규한이형의 옷을 물려받아 입곤 했다. 이번에 받아온 옷들을 보며 그 시절이 생각나곤 했다. 형은 요즘 잘 지내고 있을까.


 이번 동벌 작전에서 내가 고른 조명의 이름은 레르스타. 시본의 베개는 그뢰나마란트. 발음을 어려워하는 나를 위해 시본은 꽤 여러 번 내게 말해주었다. '네 조명의 이름은 레르스타, 레르스타. 내 베개의 이름은 그레나마란트, 그레나마렌트.' 이걸 반복해서 외치는 모습이 하나의 요술 주문처럼 느껴지곤 했다. 


시본의 새 친구 그뢰나마란트. 발음이 정말 어렵다. (이미지 출처 : 이케아)

 9월 9일, 나는 레르스타와 함께하게 되었다. 요술 주문처럼 자연스럽게 외치려고 노력해 보지만, 여전히 좀처럼 힘들게 발음한다. 커피 일을 시작한 지 9년이 된 9월 9일. 참으로 깔쌈한 날에 새 친구를 데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의 나들이가, 특히 시본과 함께 했기에 더욱 재미있었다. 무언가를 시본과 함께 하게 되면 항상 흥미진진해진다. 이 친구에겐 그런 신비한 에너지가 있다.


 나는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덕분에 참 멋진 사람들과 귀중한 경험을 하며 지내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새 친구 레르스타와 이 일련의 흐름을 한동안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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