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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민 May 24. 2024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그렇다.

240523

 두 달간 많은 일이 있었다. 엠마가 떠나면서 나는 이 집에서 두 번째로 오래 지낸 사람이 되었다. 사과와 프로틴 파우더가 놓여 있던 아침 식사 선반에는 오트밀과 꿀이 함께 놓였고, 함께 마실 차도 사두었다. 커피 용품은 필수적인 것 만 남기고, 냉장고에는 항상 두유와 요거트가 있도록. 아이가 내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아침 식사용 선반.

 대체로 무신경하고, 변화보다는 적응을 택하며 아저씨가 되어가는 나에 비해, 아이는 감정 표현이 풍부한 편이고, 자기가 떠오른 생각을 바로바로 말하는 편이다. 덕분에 나는 '이러면 좋아하는구나, 이런 일을 하면 혼이 나는구나.' 하기도 하고,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느낌을 말하는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영국에서 지낸 4년보다 지난 두 달간 느낀 점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선 빛이 난다. 아이를 처음 본 날, 이 빛의 편린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면 아이의 눈이 특히 빛나곤 했다. 함께 음악을 하던 나와 친구들에게서 나던 빛, 커피 일을 시작하고 내 자신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빛. 라이브 공연 무대 위에 섰던 아이에게서 보였던 빛. 커피 일을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여전히 빛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 이 아이를 만난 것은 확실한 행운이었다.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게 된 일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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