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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ming Odyssey Feb 15. 2024

게임 <산나비> 소개 & 후기

조선 사이버펑크 도시의 몰락에 숨겨진 비밀

본 글은 스토리 스포일러가 없지만, 게임의 시스템과 진행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산나비 [원더포션]

‘산나비’는 사이버펑크 도시를 무대로 한 2D 도트 그래픽 기반의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퇴역 군인인 주인공은 수수께끼만을 남긴 채 몰락해 버린 도시의 비밀을 파헤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악당 산나비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시를 누빈다.



도시를 수놓은 네온사인 간판들

배경은 조선, 어마어마한 재력을 지닌 마고 그룹이 장악한 마고특별시다. 조선 최고의 하이테크 도시라는 설정과 달리 주민들이 없어진 어두운 디스토피아로 묘사되며, 도시를 밝히는 것은 빼곡하게 자리 잡은 네온사인 간판과 전광판뿐이다. 주인공은 이렇듯 수상한 점이 가득한 마고 그룹과 마고특별시에게 벌어진 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일부 건물과 복장 디자인은 조선의 양식을 가져왔으며, 작중 군부대는 조선의 사법 및 수사 기구였던 의금부의 소속 부대로, 정부는 조정으로, 대통령령은 어명으로 언급된다. 한 편의 대체역사물을 보듯, 멸망하지 않은 조선의 미래는 이런 모습이었을지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사이버펑크 한국은 여러 매체에서 다루긴 했지만, 조선 사이버펑크는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기에 분명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만 이러한 조선의 요소가 작품의 디자인과 명칭에만 쓰일 뿐, 플롯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내용상 반드시 배경이 대한민국이 아닌 조선이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 부분만 합리성을 부여했다면 ‘산나비’의 세계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의 오른팔은 집게손이 달린 사슬을 자유자재로 쏠 수 있는 무기이자 역동적인 이동 수단이다. 사슬팔로 먼 거리의 적을 공격할 뿐 아니라, 벽과 천장을 향해 긴 사슬을 뻗어 스파이더맨처럼 허공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지형과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게 하는 이 사슬 기믹은 플랫포머 장르의 특성과 재미를 십분 끌어다. 그 사용법에 적응만 하면 사슬 액션의 쾌한 타격감과 속도감에 매료될 것이다.



'산나비'의 엔딩을 본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그 내러티브와 감정선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없을 것이다. 자세한 언급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아끼겠다만, 게임을 진행하며 증폭되는 의심과 의문은 후반부에서 훌륭한 연출과 함께 휘몰아치듯 해소된다. 그 과정과 결말은 플레이어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2회차를 진행할 땐 더욱 복합적인 기분을 느끼고 세세한 작중 설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평점: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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