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칭찬? 돈으로 사겠어!
고인물이란 무엇인가.
어딘가에 고여버려서 흘러가지도 못한 채 썩어가는, 썩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해도 썩어가는 고인물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다. 고였다고 말하기 뭣한, 고였지만 꽤 규모가 큰 호수도 있겠으나 작게작게 고인 물 웅덩이는 그냥 더럽고, 물이나 튀고, 걸어가다 밟으면 기분만 안 좋은 것이므로, '칭찬'을 받기 힘들다.
아, 왜 고이셨어요.
고이지 말고 흐르셨어야죠.
그런 말을 듣던 고인물은 슬퍼지고, 우울해진다.
그렇게 일에도 고여있고, 헬스장에서도 고여있던 나에게 한줄기 빛과 희망같은 '칭찬'이 날아들었다.
"회원님! 유연하셔서 그런지 정말 자세가 잘 나오네요!"
돈을 주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배움,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나는 '칭찬'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길가에 쓰레기만 주워도, 친구와 싸우지만 않아도, 밥만 잘 먹어도 받았던 '칭찬 스티커'를 요구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어른. 으른인 나는, 이젠 길에 쓰레기를 줍던, 동료와 싸우지 않던, 밥을 세 그릇 먹던 칭찬 받아본지 오래인지라 꽤나 칭찬에 목말라 있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자세가 너무 좋은데, 이것도 해보시겠어요?"
헬스장 회원님이 치는 무게를 높여주기도 하고,
"이건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하면 잘 하시겠는데요?"
근육을 뿜뿜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아,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각박한 삶을 살았기에 일하면서 칭찬 한 마디 못 받고 이러느냐고?
나도 칭찬을 받았다. 잘 하면 응원과 격려, 칭찬, 때때로 돈이나 어떤 성과로 보상도 받고 그것은 칭찬 이상의 엔돌핀을 나에게 주었으나, 운동으로 받는 칭찬은 달랐다.
'순도 100%의 칭찬.'
정확히 내가 한 일을 바탕으로 하는 순도 100%의 칭찬은 나를 더 즐겁게 했다.
칭찬을 받고 어색해할 필요도, 이게 맞는 칭찬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10KG을 든 회원님에게 10KG을 들었다고 칭찬을 하는데 '에이~ 저는 9KG들어요.'할 필요도 없다. 님은 10KG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15KG을 못 들었다고, 다음에 더 들자고 말하면 그냥 다음에 그걸 더 하면 되며, 좌절할 필요도 없다. 못했다는 말조차 순도 100%. 누가봐도 진실되었으며, 내가 봐도 못 했으니까 다음에 더 잘 하면 된다는 의지가 차오른다.
한동안 TV에 나온 연예인들이, 운동의 '순수한 성과제'에 대해 칭찬을 했다.
내 몸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주고, 그렇기에 결과가 명확히 눈에 보이고, 못 하는 것도 가감없이 내 탓, 잘 하면 가감없이 내 덕인 운동.
근데 나는 여지껏 그걸 혼자 했기에 뚜렷한 목표도 없었으며, 발전도 없었고, 그냥 하루 런닝머신 1시간 뛰기! 라는 큰 목표는 있었으나 그게 더 이상 어떤 성과로 자리잡지 못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얻은 칭찬과, 그로 인해 늘어가는 무게!
3개 500은 글렀다는 걸 몸소 깨달았으나, 3대 100을 향해 달려가며 얻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즐거웠다.
게다가 어쨌든 돈 받고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나의 장점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돈을 받고 다니던 회사는 내가 돈 만큼의 성과를 하는지 나를 노려보기 바빴으나, 선생님은 돈을 받은 만큼 나에게 더 잘 하는 점을 찾아주기 위해 애를 썼다.
다소 우울하게 고여있던 나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흐르기 시작했고!
우물 안에서 우울하게 박혀있던 나는 생각했다.
뭐라도 새로운 걸 할 수 있을거란 희망을 얻었다.
모두가 어딘가에서 탈출을 할 때는 헬기가 와서 나를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탈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나의 의지와 두 팔이었다. 그래! 이거면 됐다! 나가보자! 하는 순간, 선생님이 내게 말하셨다.
"회원님, 근육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뭐가,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