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마당에 울려 퍼진 기타 소리

여긴 예배 안 해요?

by 천소희


폐가 같던 집이었다.

우리는 먼지를 쓸고, 벽을 닦고,

쥐구멍을 막아가며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갔다.


어느 정도 숨 돌릴 틈이 생기자

비로소 집 밖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_____


집 옆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밤이면 뱀이 담벼락을 타고 기어 다녔다.

뒤로 이어진 마을은

누가 보아도 쉽게 숨 고를 수 없는 풍경이었다.


7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맥주캔에 빨대를 꽂고 술을 들이켰다.

초등학생은 담배를 피웠고,

그 곁에 앉은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게 담배 연기를 나눴다.


조금 더 걸으니,

길바닥에 앉은 청소년들이

야한 영상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 뒤에는 유치원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바짝 붙어 함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숨을 멈춘 채 그 길을 걸었다.


_____


시간이 지나며

우리 집의 진짜 얼굴도 알게 되었다.


방이 많던 이유,

이상하게 저렴했던 집세.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그 집은 원래

술과 여자를 팔던 술집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집에 살게 된 소녀가 되었다.



어떤 날은 술에 찌든 남자들이

우리 마당을 비틀거리며 지나갔다.

“여자 있냐”며 두리번거렸고,

어떤 남자들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같이 호텔 가자.”


나는 너무 두려웠다.


그날부터였다.

남자들을 경계하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진 건.


나는 늘 해가 지기 전에,

집 안으로 숨어야 했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릴 때마다

몸은 얼어붙었고,

마음은 늘 그 자리에 남아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배웠다.


_____


그러던 어느 토요일,

여느 때처럼 마당에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기타를 들고나갔다.

말 대신 노래를 건네야 할 것 같았다.


“좋으신 하나님”

익숙한 찬양을

크메르어로 천천히 불렀다.


처음엔 멀찍이 서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그리고 그중 한 아이가 물었다.


“여긴 예배 안 해요?

주변 다른 외국인들은 오면 예배부터 하던데…”


짧은 질문 하나가

마당 가득 고요를 깨뜨렸다.


_____


나는 그 이야기를 부모님께 전했다.

부모님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럼, 내일부터 여기서 예배드리자.”


그렇게, 우리의 첫 예배가 시작되었다.

두려움과 상처로 얼룩졌던 그곳에서.


예배를 위해, 어쩌면 간식이 먹고 싶어서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따라 울려 퍼졌다.

아무도 예배할 거라 생각지 않았던 자리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첫 노래가 피어났다.


_____


나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땀에 젖은 손으로 기타를 붙잡고,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던 순간.

그 어둠 한가운데,

분명히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 같았다.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새로운 예배를 시작하셨다.


가장 어둡고 가장 무너진 자리였기에,

그 빛은 더욱 선명했다.


그분은 그 어두운 땅 한가운데

생명을 심으시고,

회복을 시작하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