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조기유학 후 귀국 1년 반, 다시 찾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by Aunty Bo

말레이시아를 떠난 지 1년 반.

아이들은 문득 말레이시아를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첫째는 “한국 학교가 더 좋아”라고 말하면서도, 살았던 곳을 여행자로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반면 둘째는 말레이시아 생활을 유난히 그리워했다.

마침 언니네 가족이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갔고,
이번 겨울방학 우리는 2주 동안 말레이시아를 다시 찾았다.


다시 만난 친구들, 그리고 하루 국제학교 체험수업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아이들이 예전에 다녔던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를 하루만이라도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에이전트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문의했고, 학교의 허락을 받아 **테이스터 세션(taster session)**을 하게 되었다.

첫째는 친구들에게 줄 작은 선물을 준비하며 설레어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했다.

“엄마, 나 예전에 나 따돌렸던 애 만나면 어떡해?”

나는 말했다.
이제는 다 컸고, 그 친구도 바뀌어서 오히려 좋은 기억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단 하루, 그리고 다시 생긴 상처

테이스터 세션 당일.

둘째는 그야말로 행복함 그자체였다. 친구들을 만나 신이 났고, 학교를 뛰어다니며 반가움을 나눴다.

문제는 첫째였다.

하필이면 예전에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고,
그 아이의 엄마가 스페인어 선생님이었다.

오전 스페인어 수업 시간.
그 아이의 엄마이자 스페인어 선생님이 첫째에게 물었다.

“다시 이 학교로 돌아올 거니?”

첫째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차갑게 돌아온 말.

“그럼 이건 네 엄마 시간을 낭비하는 거야.”


그 말 이후, 아이들은 다시 첫째를 따돌렸던 아이 주변으로 모였고
첫째는 또 한 번 혼자가 되었다.

단 하루.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갔던 방문은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엄마의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나는 첫째에게 말했다.

엄마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관계를 지키고 싶어 하는 네 마음이 훨씬 더 멋지다고.

그리고 말했다.

“반겨준 친구들도 있었잖아.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야.”

어쩌면 이번 경험은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사람을 보는 눈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해 주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국제학교, 또 한 번의 테이스터 세션

이후 언니네 아이들이 다니는 C학교에서 다시 한번 국제학교 테이스터 세션을 경험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학교만 다녔기에
다른 국제학교는 어떤지 직접 비교해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C학교는 두 아이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아이들도 친절했고,
선생님의 케어와 수업의 구성에서도 차이를 느꼈다고 했다.

둘째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말했다.

“엄마, 오늘 denominator 배웠어! 너무 재밌었어!”

배운 내용을 한참 설명하며 눈을 반짝였다.

“나 여기 다니고 싶어.”

아이들이 느끼는 교육의 분위기와 수업의 밀도는
어느 정도는 정확하지 않을까 싶었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vs 한국 공립학교

그런데 더 의외였던 건 첫째의 말이었다.

“엄마, 그래도 한국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게 더 깊이 있는 것 같아.
나는 한국 시스템이 더 좋아.”

순간 멈칫했다.

이제는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와 한국 공립학교의 교육 차이를
스스로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

벌써 이렇게 컸구나.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의 자유롭고 다양한 분야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
한국의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학습.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이의 성향에 따라 느끼는 지점은 분명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이 남긴 것

이번 2주간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단순히 추억을 다시 확인하는 여행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마음으로 학교를 다시 찾았고,
각자 다른 경험을 했다.
누군가는 신났고,
누군가는 상처를 다시 마주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학교를 경험하면서
비교해 보고, 생각해 보고,
자기 나름의 판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꼈다.

조기유학이라는 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 경험은 아이들 안에서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좋았던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지금의 아이를 만드는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이번 여행은
어디가 더 좋다, 나쁘다를 결론내리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말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옆에서 듣는 사람으로 남았다.

어쩌면 그 정도면 충분한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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