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지내던 시절, 아이의 하루는 늘 운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학교 수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과 방과 후 수영까지,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생활의 일부였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표정은 늘 생기 있었고, 에너지도 넘쳤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는 달라졌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자연스레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 사이에 운동은 빠져버렸고,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단순히 체력 문제를 넘어, 마음의 활기도 줄어드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계속 운동을 권했다. 새벽 수영은 어떻겠냐고 했지만, 아직 나이가 안 되어 등록할 수 없었고, 시간이 흐르자 아이도 더 이상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테니스 레슨 제안에 하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은 이미 레슨 스케줄이 꽉 차서 자리가 없었다. 그다음으로 이야기했던 게 필라테스였다. 하지만 아이는 대답을 피하듯 넘어갔고, 나 역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필라테스, 한번 해볼래?” 잠시 고민하던 아이는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가기는 싫다며 나와 함께 하자는 조건이 붙었다. 그렇게 우리 모녀의 필라테스가 시작되었다.
첫 수업에서 강사님은 아이의 몸을 꼼꼼히 살펴보셨다. 겉으로는 늘 자세가 곧다고 생각했는데, 허리에 약간의 틀어짐이 있고 중둔근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다. 예상치 못한 진단에 나도 놀랐지만, 그 덕분에 아이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배우게 되었다. 코어 근육을 기르는 동작들이 이어졌다.
문제는 나였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매 동작이 쉽지 않았다. 몸은 금세 떨리고, 호흡은 가빠졌다. 그런데 옆의 아이는 생각보다 잘 따라갔다. 땀을 흘리면서도 힘들다는 티를 거의 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버둥거리는 모습을 슬쩍 보며 웃음을 참는 눈치였다.
그 표정에는 작은 자부심과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엄마보다 내가 낫다”는 듯한 마음이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이가 자신감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아이에게 필라테스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내게는 아이와 무엇인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지금도 아이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한다. 운동을 핑계로 함께 웃고, 함께 땀 흘리며 쌓아가는 이 시간이 언젠가 우리 모녀가 돌아보았을 때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