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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Oct 19. 2018

폰트계독 #14

한글서체학연구 - 한글편지 서체자전 형식

2018.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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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자전이라는 말이 조금 생소하다.

책을 읽어보니 한문으로 따지면 옥편과 비슷한 개념이다. 한문은 그 음과 뜻이 다르니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한글은 음이 모여 뜻을 이루니 낱글자에 대한 뜻풀이는 필요가 없다. 한글편지를 낱자 별로 분리하여 정리하는 형식을 말하고 있다. 왕과 왕후, 공주의 글씨를 한 글자씩 분리하여 보기 좋게 정리하면 훌륭한 자료가 된다. 낱자를 집자하여 정리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최근 최정호의 활자로 추정되는 보진재의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의 서적을 찾아 집자하고 있는데, 원하는 글자를 찾으려면 한참을 읽어봐야 겨우 찾을 수 있다. 물론 찾기 쉬운 글자들도 있고, 마구잡이로 집자하여 정리해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어떤 글자는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쓰이고 어떤 글자는 찾고 있는 책에 없을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한글 서체 자전은 현재 옥원듕회연 자전, 한글 서체 자전, 한글서예 대자전, 현대 한글 서체 대자전, 규간 자전, 조선시대 한글편지 자전 총 6종이 발행되어 있고, 이와 비슷한 서예 판본, 교본 등이 여럿 발행되어 있는 실정이다. 자전으로 다양한 글자꼴이 정리되어 있는 책은 결국 네 권이다. 500년 이상의 역사를 담은 한글 글자꼴에 대한 연구가 이 정도로 미흡하다. 단적인 예지만 실상도 그리 다르지 않다. 활자 디자이너 입장에서 자료도 부족하고, 혼자서 어쩔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하나씩 쌓아가고 있으니 다행이랄까. 사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 시기에 후대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언급했던 한글편지 서체 자전은 2012년에 출간되었다. 아직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자료로서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금속 활판 인쇄술과 구텐베르크 금속 활판 인쇄에 대한 글을 읽었다.

시기상으로는 12세기 고려에서 먼저 금속 활판 인쇄술이 시작되었다. 구텐베르크는 15세기 중반, 1448년 마인츠에서 인쇄소를 개업하여 가톨릭교의 면죄부를 찍어 팔았다. 고려, 조선의 활판 인쇄술은 국가가 독점하는 형태였지만,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은 종교와 성경을 통해서 독일,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되었다. 이는 종교개혁 등 종교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인쇄술의 발달로 르네상스의 밑거름도 되었다.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부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조선의 금속 활판 인쇄술을 국가가 독점하지 않았더라면 한글 활자는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 금속 활판 인쇄술이 널리 보급되며 라틴알파벳이 발전하는 동안 한글 활자는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다 19세기 말, 1884년에 최초의 근대식 민간 인쇄소인 광인사가 설립되며 근대 인쇄술이 보급되었다. 이 시기에 서양에서는 1886년 최초의 자판 식자기인 머겐탈러의 라이노 타입 식자기가 발명되었다. 민간 인쇄소의 설립과 근대 인쇄술의 보급이 시작되기 무섭게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해방 후에는 내전을 겪었다. 국내에선 1969년 장봉선이 최초의 한글 사진식자기를 개발했다. 인쇄술의 발달은 사회, 문화 등 다양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활자가 필요하고, 개발되며, 발전한다. 한글은 그 긴 시간 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이로서 한글서체학연구 한 권을 마무리 짓는다.

처음에는 자료집 같은 책이 아닐까 생각하고 펼쳤는데, 서체학에 관련된 저자의 논문들을 정리해둔 책이었다. 레터링으로 시작해 활자 디자인을 하다 보니 서체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서체학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글자, 활자, 서예 등 여러 가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 책을 읽고 훈민정음과 월인석보, 오륜행실도에 나타나는 활자들의 조형적 특징을 분석할 수 있었고,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세심하게 살필 수도 있었다. 원곡 김기승의 서체를 분석하고 새로운 형태의 활자로 그려냈다. 그 외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하며 한글 활자에 대한 소양을 쌓았다. 생각해보면 이 책에 담긴 내용을 통해 얻은 것보다도 글을 쓰며 찾아본 내용들을 통해 얻은 것이 훨씬 많다.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궁금한 것은 직접 찾아보고, 원전을 찾아보거나,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거나, 책에는 수록되지 않은 이미지를 찾았다. 차근차근 정보와 자료를 쌓아간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가 모르는 것도 많이 보인다. 이전에는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처럼 막막한 느낌이었지만 지금 이 책을 덮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시야가 조금 넓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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