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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May 31. 2020

최정호의 흔적을 좇아서 #1

최정호 프로젝트



2018년 8월 어느 날, 이용제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긴 통화는 아니었다. 최정호의 활자를 토대로 새로운 서체를 그려보자고 하셨다.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용제 선생님께 활자를 배우고 서체를 제작해본 경험이 있는 활자모 모임의 네명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회사를 나오고 독립하여 글자를 그리기 시작할 무렵, 나는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1년 안에 서체를 제작할 것. 그리고 3년 안에 10종의 서체를 제작할 것. 5년 안에 라틴 알파벳 서체를 제작하여 해외시장에 판매해볼 것. 10년 안에 시장성 있는 본문용 명조체를 제작할 것. 글자를 그리기 시작하고 이제 4년이 지났다. 3년 안에 완료하진 못했지만 10번째 서체를 그리고 있다. 최정호 프로젝트를 통해서 본문용 명조체를 제작하게 되었으니 처음 계획보다 몇 해는 계획이 당겨졌다. 무엇보다 이용제 선생님께 지도를 받아가며 글자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2018년 9월 1일


최정호의 초기 활자를 토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동아출판사, 삼화인쇄, 보진재의 명조체 혹은 고딕체를 그린다. 하나의 굵기로 그리면 사용성이 떨어지기에 널리 쓰일 수 있도록 적어도 3종의 굵기로 자족을 구성한다. 예상 작업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 정도의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다. 결과물은 서체 뿐만 아니라, 책과 논문의 형식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아직은 이용제 선생님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분발해야겠다.


나는 보진재 명조체를 선택했다.

보진재는 출판사의 명칭이고, 사실 보진재의 활자는 최정호의 활자라 추정할 뿐 최정호의 활자라는 기록은 없다. 다만, 그 형태와 구조가 최정호 활자와 굉장히 유사하고 당시 보진재에서 매입한 인쇄소에 최정호 활자가 있었으며 인쇄소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활자가 같이 넘어간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 사용자,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명조체가 모두 비슷하며 차이를 모를 수도 있겠지만, 글자를 그리는 입장에서는 그 차이가 명확하게 보인다. 나는 특히 ㅅ의 형태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 최정호의 ㅅ, ㅈ, ㅊ은 세로모임꼴에서 유난히 삐침이 길게 뻗고, 내림은 과할 정도로 들린 형태를 띈다. 처음에는 이러한 형태가 굉장히 낯설었지만, 지금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2020년 5월 31일


2년 만에 이 기록을 꺼내 보았다. 

그 동안 내가 배운 최정호 활자에 대해서, 다시 기록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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